세월호 특별조사위 흔드는 정부·여당,
은폐·동조하는 공영방송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별조사위)가 출범도 하기 전에 파행을 겪고 있다. 정부가 특별조사위 출범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준비단에 파견됐던 공무원들을 23일 일방적으로 철수, 각 부처로 복귀시킨 것이다. 이어 여당 추천 민간인 전문가들도 그만뒀다. 이에 정부‧여당이 세월호 진상규명에 의지가 없는 것은 물론 특별조사위에 대한 본격적 훼방 놓기를 시작했다는 비판이 뜨겁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의지 없는 정부·여당의 훼방 노골적
이번 파행은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세금 도둑” 발언부터 시작되었다. 김재원 원내수석은 지난 16일 “애초 여야가 세월호 진상조사위 사무처 직원을 120명 이하로 규정했는데, 현재 조사위는 사무처 정원을 125명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저는 이 조직을 만들려고 구상하는 분이 아마 공직자가 아니라 ‘세금 도둑’이라고 확신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조대환 부위원장의 이름이 여러 번 오르내렸다. 조 부위원장은 여당 추천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임의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 추진현황’ 문건(조사위 설립 준비단 명의)을 만들어 김재원 원내수석에게 제공함으로써 “세금 도둑” 발언의 근거를 제공하기도 했다. 조 부위원장은 또한 21일 특위 전원회의에서 준비단 해산안건을 발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해당 안건은 부결됐지만 이튿날인 22일 조 부위원장이 직접 정부에 공무원 지원 중지를 요청했다. 그러자 해양수산부와 행정자치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23일 조사위에 파견한 공무원들을 철수시켰다.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제정됐다. 특별법에 따라 구성․임명된 특별조사위 부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대통령으로 하여금 설립준비단에 대한 임명장 수여를 신속하게 진행토록 함으로써 특별조사위가 하루빨리 진상규명에 착수하도록 하는 일이지 ‘설립준비위원회 해체’가 아니다.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도 비정상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특별조사위 전원회의에서 부결된 사안을 가지고 위원장도 아닌 부위원장의 재요청을 즉각 반영한 정부부처의 태도도 매우 수상하다. 정부와 새누리당 추천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특별조사위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KBS 진정한 ‘세금도둑’ 되려나, 단 한 건도 보도 안 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부터 파행을 겪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방송의 분석‧비판보도는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방송은 이에 대해 매우 부실하게 보도했다.
16일 김재원 원내수석의 “세금 도둑” 발언은 특별조사위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불러올 수 있는 매우 선동적인 표현이었다. 이에 대해서 MBC가 2건, TV조선이 1건, JTBC가 1건을 보도했다. MBC와 TV조선은 김재원 원내수석의 발언 위주로만 보도했고, JTBC는 발언 다음날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특별조사위 준비팀의 입장을 충실히 담았다. 이 내용에 대해서 KBS와 SBS, 채널A는 아예 아무런 보도도 하지 않았다.
26일 정부가 특별조사위 설립준비단에 파견한 공무원을 철수시킨 내용은 SBS와 JTBC가 1건씩 보도했다. 노골적인 방훼 행태에 대한 언론의 분석적 보도가 있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KBS, MBC, TV조선, 채널A는 침묵했다.
1.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 “세금 도둑” 발언’ 보도태도 비교
- “세금 도둑”=“원색적 표현” 유일하게 비판한 JTBC
JTBC는 <세월호 조사위 ‘세금 도둑’ 공방>(1/17, 이승필 기자)에서 김재원 원내수석의 “세금 도둑” 발언을 “원색적 표현”이라 비판했다. 앵커는 관련내용을 전하며 “정부와 여당은 의지가 있는가 하는 얘기들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MBC와 TV조선, 정부·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보도 안 해
MBC는 김재원 원내수석이 발언한 날 저녁 <직원 120명 예산 240억원 요구>(1/16, 천현우 기자)에서 앵커는 “세월호 사고 진상조사를 위해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의 직원 120명과 200억 원 넘는 예산을 요구했습니다. 활동기간에 비해 규모가 너무 지나치지 않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자는 “새누리당은 조사위의 배를 불리고, 공무원의 자리를 늘리는 행태라고 비판했다”고 전했고, “세금 도둑적 작태에 대해서는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을 이렇게 늘리면 일은 누가 합니까”라고 말한 김재원 원내수석의 발언 장면을 내보냈다.
MBC는 또 <“세월호 조사위원을 무보수로”>(1/18, 조영익 기자)에서는 여당 추천 황전원 조사위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조사위원 17명의 무보수 명예직을 제안한 것을 중점 보도했다. 앵커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에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그래서 “일부에서는 조사위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자는 말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는 황전원 조사위원의 위와 같은 주장은 “세금 도둑적 작태라는 새누리당의 비판이 이은 것”이라고 다시 김재원 원내수석의 발언을 전했다. 그러나 MBC는 23일 정부가 세월호 특별조사위 설립준비단에 파견된 공무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킨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TV조선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세월호 조사위…‘세금도둑’ 공방>(1/16, 이재민 기자)에서 앵커가 세월호 특별조사위 구성에 대해 “여성가족부나 방송통신위원회보다 더 큰 조직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데 이어 리포트에서도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예산을 과도하게 편성했다고 여당은 지적”한다고 전했다. 김재원 원내수석의 ‘세금도둑’ 발언도 자세히 전달했다.
- 뉴스타파, 김재원 원내수석 문건은 비공식 문건 밝혀내
한편 전문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는 <세월호 특위, 시작도 전에 외풍에 흔들>(1/23, 김성수 기자)에서 16일 김재원 원내수석의 “세금 도둑” 발언의 근거자료인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설립 추진현황’ 문건(조사위 설립 준비단 명의)이 사실은 조대환 부위원장이 마련한 비공식 문서였음을 밝혔다. 보도는 조 부위원장은 해당문서를 해양수산부 서기관에게 작성하도록 한 뒤 김재원 원내수석에게 직접 들고 가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뉴스타파는 “다수 언론들은 김재원 원내수석 측에서 배포한 문건을 근거로 김재원 의원의 발언을 기사화”했다고도 전했다.
조사위 설립준비 박종운 대변인은 “상임위에서 논의된 문건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저는 사실 241억 이야기를 처음 들어봤거든요, 그때”라고 인터뷰했다. 이석태 위원장 등 상임 위원단과 상의 없이 혼자서 진행한 일이었다.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세월호 특별조사위가 조직구성과 예산을 요구했다는 MBC와 TV조선의 단정적인 보도는 오보임이 드러났다. 이 문건은 특별조사위 준비팀의 공식 문건이 아니며, 특별조사위 준비팀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도 아직 정부와 조율 중에 있음을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김재원 의원이 여당 추천 조사위원 통해 조사위 정보를 수시로 보고 받으며 확정되지 않은 내용으로 세월호 진상규명 흔들기에 나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뉴스타파는 “‘조사위원은 외부의 어떤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세월호 특별법 9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2. ‘정부의 세월호 특위 설립준비단 파견 공무원 철수’ 보도태도 비교
- SBS, 지상파 중 유일하게 파견공무원 철수 보도했으나 내용은 부실
SBS는 <예산‧인력 놓고 출범 전부터 ‘삐걱’>(1/28, 진송민 기자)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정부가 파견 공무원을 철수한 사실을 보도했다. SBS는 사태의 경과를 짚고 여야의 입장을 고루 전달했다. 그러나 조대환 부위원장이 22일 “준비단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공무원들이 부처 복귀를 요청한 사실은 전했으나 같은 날 특별조사위 전원회의에서 조 부위원장이 설립준비단 해체안을 발의했다가 부결당한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 JTBC, 정부의 공무원 철수 “일방 통행식 결정”이라고 비판
JTBC는 <세월호 특위서 공무원 철수>(1/28, 이승필 기자)에서 정부가 파견공무원들을 철수시킨 사실을 보도했다. 앵커는 관련내용을 전하며 “정부와 여당은 의지가 있는가 하는 얘기들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리포트에서는 사태의 발생 과정을 상세히 나열한 뒤, 특별조사위가 공무원 재 파견을 공식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사실을 전했다. “해수부 입장에서는 사무처장(조대환 부위원장)이 다시 파견 요청을 하면 그 때 따르겠다는 입장이에요. 위원장인 제가 아니라…”는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 위원장의 심경을 전달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야 할 작업이 일방 통행식 결정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끝>
2015년 1월 30일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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