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마을미디어를 찾아 |① 산내마을신문
2013년부터 남원의 산내면 소식을 전해오던 마을신문이 2016년 돌연 휴간을 선언했다. 이전부터 휴간의 우려는 있었다. 2017년 마을신문 편집인들은 쉼이 필요하다며 6개월간의 휴식을 선언하고 재충전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결국 복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19년 산내마을신문 제작이 중단되었다. 월 1회 8면 제작. 자발적인 후원을 통해 운영되어 오던 마을신문, 특히 ‘면’ 지역에서 갖는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전북민언련은 전북 지역에서 초창기 마을미디어 붐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활동이 중단된 마을미디어를 인터뷰하기로 했다. 첫 순서로 지난 8월 28일 산내마을신문 편집장을 지낸 정충식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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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갈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마을소식에 대한 갈증은 여전했다
”
# 산내마을신문 과정 중 한 차례 중단 이후 발행 중단까지 어떠한 과정이 있었나
내적인 문제와 외적인 문제가 존재했다. 내적인 문제는 농촌 지역의 특수성이다. 농촌 사회는 작은 사회다. 일하는 사람도 한정적이고, 맨날 나오는 이야기도 한정적이다. 권태기가 왔을 때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마을신문 사람들에게 권태기가 왔을 때 그걸 극복하기 위해 여행도 가고, 쉬기도 하는 방법을 택했었다.
외적으로는 다룰 수 있는 기사거리가 한계가 있었다. 사람, 이야깃거리, 그런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뭘 얘기를 하지 여기서? 그렇다고 외부 얘기만 하기에는 마을신문이라는 정체성이 있는데 쉽지 않았다. 어르신들, 독자들이 그것을 마을신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다.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원들도 바빠졌다. 각자의 일이 많아졌다. 다음 편집위원을 뽑자고 했는데 호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새롭게 이어갈 편집위원을 양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외부에서 지원하는 기관이나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새로운 사람들이 마을신문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존의 편집인들이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이후 고사리로 개편되면서 기존 편집위원 중 반절이 남았다.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새로운 편집위원을 찾아낸 시간이나 마찬가지다.
정충식 편집장은 "마을미디어를 성장시키려면 전라북도 차원에서 도를 중심으로 14개 시군이 지자체장 성향과 상관없이 밑거름 주듯이 투자를 해줘야 한다. 사람을 키우고, 교육을 통해서 사람 중심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관에서는 예산과 인프라를 지원하고 네트워크와 같은 곳에서는 안정화될 때까지 멘토 활동을 통해 연대해 줘야 한다."고 강조해 말했다.
귀농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행정에서 별로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드러나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재밌는 거리, 즉 뭔가 할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한데 그것이 마을미디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유튜브 등 여러 방법들로 시작해보면 좋다고 권하기도 했다. 이후 맘이 맞는 사람들끼리 동아리를 구성해서 유지되게끔 멘토 역할도 필요하며 예산이 있으니까 한번 해보라고 지역사회에 계속 제안해야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마을신문의 긍정적 효과는 컸지만....
기존에 계시던 분들은 마을신문이 마을에 분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많이 하셨다. 무난하게 마을이 유지되길 원한 것인데 귀농인들 중심의 마을신문이 갈등을 일으킬까 우려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의외의 지점에서 이런 우려가 해소되었는데. 온천 개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외부의 전문가를 불러 지역 내 공론장을 만들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무난하게 마을신문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다. 법정 싸움으로 갈 뻔한 문제를 토론을 통해 해결한 것이고 그 이후에 마을신문에서 왔다고 하면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마을에서 활동이 없던 친구들이 마을신문을 하면서 생활이 달라졌고 새로운 마을일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편집인 중 한 명은 마을신문 기자라는 얘기를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했다. 많은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소통하니 그 마을기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이후 아이들 공동체 교육, 시골 교육 현황에 관심을 가지면서 남원시 교육까지 현재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방향으로 활동이 넓어졌다. 즉 자신이 변화한 것이다.
# 아직은 마을소식지 놓을 수 없는 이유. 지역 소식에 대한 갈증 여전해
전주를 제외한 시군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마을미디어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귀하다. 마을미디어를 할 때는 못해도 40~50대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 연령대 자체가 적다. 마을미디어를 얘기하면 농촌 지역은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 있는 자원을 활용한다고 해도, 지원이나 계획이 없이는 농촌 지역은 도시하고는 다르게 힘들다.
이후 다행히도 2019년 7월 7일 고사리로 개편했다. 산내는 매년 4~6월 고사리를 따고 삶고 말린다. 산내를 대표하는 작물, '고사리'는 산내 어머니들의 얼굴이 연상된다. 고사리는 고마운 사람들의 이야기, 고집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 고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여서 고사리로 결정했다. 분기별 업무량 등의 부담을 줄이기도 했지만 고사리 잡지는 소식지 역할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부드럽게 내용이 흐른다. 신문할 때는 좀 더 기사가 예민했다.
마을소식지가 소중하다는 것을 면민들은 알고 있었다. 외지인들이 봤을 때 친구들이나 관공서든 가게든 마을신문이 꽂혀있고 마을신문을 알리고 알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본다. 마을의 자부심이다. 산내 출신들에게도 우편으로 보내고 이러면서 산내와의 끈을 이어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는 점에서 계속 만들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지역 소식, 그리고 그 연결 고리가 되는 마을소식지에 대한 갈증 여전하다. 이것이 아직은 마을소식지를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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