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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성명·논평·기자회견

신영철 대법관 재판개입 파문 관련 조중동의 보도행태에 대한 논평(2009.5.12)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조중동, ‘신영철 파문 뭉개기’로

얻으려는 게 뭔가?


지난 8일 대법원 윤리위원회(위원장 최송화)가 촛불집회 관련 재판에 개입한 신영철 대법관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대법 윤리위는 신 대법관이 촛불시위 관련사건 보석에 신중을 기하라고 압력을 넣고 전자우편을 통해 재판진행을 독촉한 행위에 대해 “사법행정권 행사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외관상 재판 관여로 인식되거나 오해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혔다. 또 신 대법관이 촛불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임의 배당한 데 대해 “모호하고 일관되지 못한 기준에 의한 배당은 부적절한 배당권한의 행사로 볼 측면이 있으나 직무상 의무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 윤리위가 징계 종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윤리위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신 대법관을 경고·주의 조치할 것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대법 윤리위의 판단과 권고조치는 ‘신 대법관이 촛불시위 관련 재판에 명백한 부당 개입을 했다’는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결론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일선 판사들도 대법 윤리위의 처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11일 판사들은 잇따라 법원 내부전산망에 글을 올리며 대법 윤리위의 결정을 비판하고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판사들은 또 법원별 판사회의 소집과 이용훈 대법원장의 용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신 대법관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사법파동’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형편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판사들의 빗발치는 반발을 축소하거나 외면했다.
12일 동아일보는 13면에 <“윤리위, 申대법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3단 기사를 싣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이 기사에서 신영철 대법관 사퇴를 촉구하는 일선 판사들의 목소리를 전한 뒤 한 고법 부장판사가 “절차와 원칙을 중시해야 할 판사들이 대법원장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조사단과 윤리위의 판단을 함부로 폄하하는 것은 또 다른 사법 독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29면에 단신 기사로 판사들의 반발 움직임을 짧게 전했고, 조선일보는 아예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앞서 9일에도 조중동은 대법 윤리위의 ‘신영철 면죄부 주기’에 힘을 실어 주었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까지 써서 대법 윤리위의 결정을 두둔하고 신영철 대법관의 이메일을 공개한 판사들을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9일 1면에서 대법 윤리위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경고 또는 주의 조치를 권고했다고 보도하면서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파문이 “지난 2월 일부 판사들이 언론을 통해 이메일을 유출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고 썼다. ‘판사들의 이메일 유출 문제’라는 적반하장․물타기 주장을 또 들먹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신 대법관이 한 일을 놓고 법원장으로서 정당한 재판 감독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과 판사의 독립성을 해치는 부당한 간섭이라는 주장이 맞섰다”면서 “이번 사안은 어느 한 쪽 주장이 옳다고 명쾌하게 단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불법시위 관련자들을 재판하는 법정에서 방청객들과 피의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며 소란을 피우는 등 법원과 판사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졌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일부 판사들이 신 대법관에게서 받은 이메일을 언론에 유출시켜 외부 여론을 동원해 신 대법관을 압박했던 일 역시 당시의 그런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듭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을 공개한 판사들을 비난했다.

동아일보도 9일 10면 기사를 통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8일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 ‘징계’보다 수위가 낮은 ‘경고 또는 주의촉구’를 권고한 것은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한국의 사법 현실을 고려한 결론으로 풀이된다”고 대법 윤리위를 감쌌다.
이날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은 <재판의 엄정성과 신속성 다 중요하다>였다. 제목만 봐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가 드러난다. 사설은 “재판은 엄정성에 못지않게 신속성도 중요하다”며 “개인이나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판결이 지체될 경우 법원장은 신속한 재판을 촉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을 ‘신속한 재판 촉구’라고 두둔한 것이다.
또 “신 대법관 문제에 대한 윤리위 결정은 양측의 극단적 주장을 배제한 결론”이라며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윤리위 권고를 받아들여 이번 파문을 합리적인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 대법관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갈등을 확대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노골적으로 신 대법관을 감쌌다.
더 나아가 동아일보는 “그동안 일부 젊은 판사와 법원 일반직들은 신 대법관의 사퇴를 몰아붙이고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서 이를 거들었다”며 “이들은 법관의 독립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런 행위야말로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경우는 대법 윤리위의 ‘면죄부 조치’를 소극적으로 다뤘다. 9일 중앙일보는 대법 윤리위의 결정 내용과 윤리위가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들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앞서 9일 대법 윤리위의 결정을 비판적으로 보도했을 뿐만 아니라 12일 일선 판사들의 비판 목소리를 적극 보도했다.
9일 사설에서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했던 한겨레신문은 12일에는 1면 톱기사로 일선 판사들의 반발을 전했다. 한겨레신문은 판사들이 “재판 독립이 법치주의의 핵심이다”, “대법원장이 읍참마속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견을 봇물처럼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9일 사설에서 신 대법이 스스로 용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데 이어 12일 대법 윤리위 결정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반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다뤘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11일 하루에만 윤리위 결정을 비판하고 신 대법관의 사퇴와 전국 판사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글을 올린 판사는 7명”이라면서 “향후 소장 판사들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선 판사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조만간 글을 올리겠다”는 등 법원 내부의 지지 댓글이 수백개 이상 실시간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10면 기사에서는 일선 판사들이 “신영철 대법관이 사퇴를 하지 않으면 사법파동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조중동이 대법 윤리위의 결정을 비판하고 신영철 대법관 사퇴를 주장하는 일선 판사들의 목소리를 축소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법조계가 아무리 들썩여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중요한 의제로 만들지 않음으로써 신 대법관 재판개입 파문을 뭉개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 윤리위의 ‘솜방망이 처분’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훼손시켰다. 뿐만 아니라 일선 판사들의 비판 목소리를 외면하고 신 대법관을 두둔하는 수구족벌신문의 행태는 국민들에게 사법부 독립성을 훼손하는 집단이 누구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조중동의 ‘사법부 흔들기’ 행태를 기억하고 있다. 지난 2~3월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부당개입 파문이 불거지자 조중동은 사건의 본질을 소장 판사들의 ‘이메일 유출’, ‘판사들 간의 세대 갈등’ 등으로 호도하며 ‘신 대법관 감싸기’에 나섰다. 아울러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 사실을 공개한 판사들에 대해서는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사법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맹비난하는가 하면,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사람들을 향해 ‘좌파세력’ 운운하며 색깔공세를 펴기도 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이메일을 제보한 판사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사법부를 향해 ‘이메일 유출’의 진상을 조사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조중동에게 경고한다. 조중동이 끝내 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파문을 덮기 위해 왜곡보도, 축소보도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은 수구족벌신문들에게 사법독립성 훼손의 책임을 함께 물을 것이다. <끝>



2009년 5월 12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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