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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성명·논평·기자회견

[논평] KBS 급선무는 ‘수신료 인상’ 아니라 ‘독립성 회복’이다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KBS 급선무는 ‘수신료 인상’ 아니라 ‘독립성 회복’이다
  


8일 KBS가 ‘디지털 전환과 공적서비스 확대를 위한 텔레비전 방송수신료 현실화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간단히 말해 수신료를 올려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KBS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KBS의 ‘수신료 현실화’ 요구를 받아줄 국민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참담하게도 KBS의 급선무는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정상화’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KBS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그 과정을 다시 늘어놓기도 새삼스럽다. 이 정권은 집권하기가 무섭게 방통위원장, 감사원, 검찰 등 온갖 권력집단을 동원해 초법적인 수단으로 정연주 사장을 몰아냈다. 여기에 ‘걸림돌’이 되었던 신태섭 교수마저 대학에서 해직되고 KBS 이사에서 쫓겨났다. 한마디로 이 정권의 ‘정연주 축출’은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 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과정이었다.
곧이어 들어선 ‘청부사장’ 이병순 씨는 정권의 의중에 따라 비판적인 시사보도프로그램을 사실상 폐지하고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섰던 직원들을 핍박했다. 이제 KBS는 인터넷에 자사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로 직원을 징계하는 비상식적인 조직이 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정권을 홍보하고 엄호하는 보도행태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KBS는 지금 비정상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이명박 정권에 ‘장악되었다’. 국민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연주 사장 시절 ‘신뢰도 1위’의 평가를 받았던 KBS가 왜 이병순 체제 1년 만에 신뢰의 위기를 맞았겠는가? KBS가 일말의 양심과 판단력이 있다면 지금 국민들 앞에 감히 ‘수신료 현실화’를 꺼낼 수 없다.

게다가 ‘이병순 체제’의 KBS는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최소한의 논리나 비전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병순 사장은 지난 7월 “3년 반 만에 상반기 흑자를 이루었다”면서 “수신료 인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개선과 흑자전환은 수신료 현실화의 가장 실질적인 기반이자 도덕적 명분”이라는 주장도 폈다. ‘경영흑자’가 수신료 인상의 명분이라는 천박한 발상이 참으로 놀라웠다. 공영방송의 목표는 ‘흑자경영’이 아니다. 게다가 ‘흑자가 났으니 국민의 지갑을 털어 수신료를 더 내 달라’는 요구 자체가 모순이다.
공영방송이 국민의 수신료로 안정된 재원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안정된 재원이 밑받침될 때 공영방송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으며,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으로부터 독립해 민주적이고 다양한 여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BS는 공영방송의 본분은 내팽개치고 ‘흑자경영을 이뤘으니 수신료 인상의 명분이 생겼다’는 해괴한 주장을 펴더니 공청회를 하겠다고 나섰다. 수신료는 이 정권이 어떻게든 올려줄 것이라 자만하면서 자신들은 ‘바람잡이’ 노릇이나 하겠다는 것 아닌가? 우리 단체를 비롯해 오랫동안 공영방송의 수신료 현실화를 고민하고 논의해왔던 시민단체, 언론단체들이 공청회 참석을 거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KBS는 수신료 현실화의 취지가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과 공익적 책무 확대, 디지털 전환 완수와 수신환경 개선, 방통융합시대 공적 가치와 시청자 권리 보호”에 있다며 4500∼4800원 정도의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면서도 이를 통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비전은 내놓지 못했다.

KBS가 지금 수신료를 ‘현실화’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얕봐도 너무 얕보는 행태다.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를 극대화하고, 시청자들이 납득할만한 비전을 제시한다 해도 수신료 현실화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하물며 국민들에게 취재 거부를 당하는 지경에 이른 KBS가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나서는 것은 ‘매를 버는 일’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지금은 이 정권이 파괴해버린 공영방송의 시스템을 복구하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먼저다. 이 상태에서 이명박 정권과 KBS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수신료 현실화’를 선선히 받아줄 국민은 없다. <끝>


2009년 9월 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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