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모니터/지역 언론 모니터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5월 22일 보도 모니터 브리핑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조선일보, ‘버시바우의 무례’도 감싸기?



1. 조중동, 버시바우의 ‘외교결례’ 비판없어


21일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고 한다. 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버시바우 대사의 입장 표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고 절차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일국의 대사’가 ‘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스럽다’며 유감을 나타내는 것은 명백한 ‘외교적 결례’다. 더구나 한국 국민의 건강권과 관련된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미국’ 대사가 ‘한국’ 야당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는 것은 주권 침해에 가깝다. 이런 행동을 하고도 버시바우 대사는 “사적인 대화를 민주당이 공개해 거꾸로 내가 너무 놀랐다”며 손 대표와의 통화가 “정치인과의 지극히 사적인 통화였다”고 ‘해명’했다. 손 대표와 버시바우 대사는 개인적인 친분조차 없었다고 하니 ‘사적인 대화’ 중에 나온 말이라는 ‘해명’은 그야말로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하지만 수구보수신문들은 버시바우 대사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비판을 하지 않았고, 전화통화 내용을 간단하게 전하며 ‘손학규-버시바우 신경전’ 논란 정도로 전하는 데 그쳤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이와 관련해 각각 <버시바우 대사 “근거도 없이 불안 키워”/손학규 “목적이 뭐냐…외교적 결례다”>, <버시바우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 주장에 실망”/손학규 “야당 대표에 이런 식으로 전화 불쾌”>, <민주-버시바우 ‘외교 결례’ 신경전>으로 제목을 뽑아 그저 ‘논란’과 ‘갈등’으로만 다뤘다.

특히 조선일보는 “버시바우 대사의 전화가 민주당 주장처럼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며 “외교가 등에선 ‘현지 대사가 정치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를 밝히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오히려 버시바우 대사의 행동을 감싸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2. 미 농무부 발표, 반색하며 띄워주기



21일 미국 농무부는 “일어서지 못하거나 걷지 못하는 ‘주저 앉은 소(다우너)의 도축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드 셰이퍼 미 농무부 장관은 “모든 다우너의 도축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어 다우너가 예외적으로 도축되는 경우를 없앨 것”이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동영상을 통해 ‘주저앉은 소’가 허술한 검역을 거쳐 도축되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대규모 리콜이 이뤄지는 등 미국 내에서조차 미국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번 미 농무부의 ‘발표’로 미국소의 안전성이 담보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지금도 미국은 ‘주저앉은 소’에 대해서는 도축금지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2차 검역을 통과할 경우 예외적으로 도축을 실시하고 있지만,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영상에서도 드러났듯이 도축장에서의 검사는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미 농무부의 발표는 미국산 소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조치에 불과하며 더 중요한 것은 도축과정에서 이를 얼마나 잘 지키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미 농무부의 조치는 ‘규정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지금 당장 도축을 금지하겠다’는 발표가 아니다. 언제쯤 규정이 만들어져 도축금지가 이뤄질지에 대해 미 농무부는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도 않았다. 미국산 소의 안전성에 대한 미국 내 소비자들의 우려와 미 쇠고기 수입개방에 비판적인 한국 내 여론을 일단 무마시켜보려는 ‘형식적인 발표’에 그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구보수신문들은 미 농무부의 발표로 당장 미국산 소의 광우병 안전성이 확보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조선일보는 <미 ‘주저앉은 소’ 도축금지…안전성 강화 조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써, “모든 다우너가 광우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광우병에 걸린 소는 일어서지 못하거나 걷지 못하는 증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에게 광우병 불안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셈”이라며 “이 같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 미 농무부의 이번 조치”라고 평가했다. 에서 휴메인 소사이어티 동영상을 방송한 것을 두고 ‘광우병 위험을 부풀렸다’며 ‘방송탓’을 했던 조선일보가 미국 정부의 ‘다우너 도축 금지 중단’ 방침이 발표되자 이제야 ‘다우너는 광우병 불안감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셈’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한편 조선일보는 미국 정부 발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미 농무부는 그러나 다우너 도축 전면 중단의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미 ‘주저앉는 소’ 식용공급 전면금지>라는 제목으로 “미국 농무부는 20일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뜻하는 ‘다우너 소’의 식용 공급을 전면 금지하는 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며 “이 개정안은 몇 개월 내에 시행된다”고 보도했다. 미 농무부가 발표한 것이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발표임에도 ‘개정안을 발표했다’고 부풀려 보도한 것이다.

한편 중앙일보는 <미국 ‘주저앉는 소’ 도축?유통 금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실었다.



3. 미국 반발 자초한 이 대통령 발언, 모른 척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손학규 대표와의 회동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미국 무역대표부는 “매우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미 무역 대표부의 그레첸 헤멀 대변인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 데 대해 한국의 고위관리에게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실효성 없는 추가협의를 두고 ‘검역주권을 확보했다’고 국민을 호도하고,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사실상 수입이 안 될 것’이라는 말로 무마하려다보니 미국으로부터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런 반발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이 허언임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면 <“한국정부 쇠고기 연령제한 발언 우려”>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긴 했지만 “한국 정부의 발언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20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며 미 무역대표부의 주장만 나열할 뿐 지킬 수 없는 말로 국민을 현혹하려다 미국의 반발을 자초한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이 없었다.



4. 중앙일보, 대통령에게 쏠린 비난을 장관에게 돌리려 애써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앞두고 중앙일보는 사설 <대통령 담화에 담겨야 할 것들>에서 “농림수산식품부 대미 협상 라인의 명백한 오류와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장관의 무능을 사죄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 재협상에 가까운 불끄기를 해야 했던 심각한 오류와 무능”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쇠고기 협상이 전격 타결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이번 ‘광우병 파문’의 가장 큰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는 지적이 다수 여론임에도 중앙일보는 애써 책임을 농림부와 정운천 장관 탓으로만 돌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실효성없는 ‘추가협의’를 ‘재협상에 가까운 불끄기’로 평가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여야가 30개월 넘은 쇠고기 실태 조사단 만들라>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에 대한 비판여론을 언급하며 “이 문제는 조사를 하면 무엇이 사실인지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미국 내 햄버거나 소시지 소비량을 생각하면 30개월이 넘는 쇠고기의 상당 부분이 미국 내에서 소비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정말 그런지 미국에 가서 직접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사단 구성’에 “광우병 촛불집회를 하는 단체가 참가하면 더 좋다”며 “야당이나 촛불단체가 여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까지 폈다. 정부의 제안을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수용하지 않으면 ‘진실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조선일보가 무엇을 근거로 ‘실태조사단’ 활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인지도 궁금하다. 실태조사단을 구성만 하면 언제든지 미국으로 가서 조사할 수 있는 것인가? 조선일보가 실태조사단 활동을 주장하려면 그 근거와 방법, 실효성도 함께 제시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선일보의 실태조사단 주장은 미국과 한국 정부를 대신해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안전성’을 대변하고, 시민단체들을 폄훼하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