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KBS) 주제에 수신료 인상이라니?
KBS가 수신료 인상에 두 팔을 걷고 나섰다. 1일 KBS 조대현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KBS 수신료 인상 승인을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수신료 4,000원 인상안을 통과시키려는 신호탄이다. 조대현 사장은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하면서 새로울 것도 없고, 진전된 내용도 없는 수신료 인상의 명분과 약속을 나열했다. 국민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함량 미달의 형편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조대현 사장이 아무리 화려한 언변과 미사여구를 늘어놓아도, 현 시점에서 KBS 수신료 인상은 불가하다.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은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KBS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본연의 책무가 무엇인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아닌 국민을 위한 방송을 하는 것이다. 공정성과 정확성, 여론다양성 등 주요한 가치들을 실현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권력 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KBS는 공영방송다운 면모를 갖추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수신료 인상 카드만 꺼내고 있다. 심지어 작년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도 되기 전, 온 나라가 비탄과 분노에 쌓여있던 시기에 수신료 인상을 시도했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KBS는 변화되었는가? 도대체 방송공공성 강화와 관련해서 무엇을 해놓고 수신료 운운하는가.
KBS <뉴스9>에서 거의 매일 나오는 청와대 관련 뉴스 중 70%가 박근혜 대통령 동정보도이다. 박 대통령이 오늘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가 보도 내용의 전부다. 대통령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청와대 홍보실에서 내려주는 보도자료만 받아쓰기 한 결과이다. 군사독재시절의 “땡전뉴스” 마냥 “박비어천가” 수준의 낯 뜨거운 방송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분석도 지적도 모두 내려놓은 채, ‘오늘 대통령이 남긴 주옥같은 말씀’을 전하는 데만 급급하다. KBS는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실, 전․현직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사실 등 대통령에게 불편한 주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이렇게 권력의 치마폭에 쌓여 대통령 “내시놀이”나 하고 있는 KBS를 보며, 과연 어떤 국민이 수신료를 인상해주고 싶겠는가. 오히려 지금 내고 있는 수신료도 낼 수 없다는 여론이 거세다. 게다가 오늘 사장이 제시한 공정성 확보 방안은 공정성에 대한 의지도 실현 가능성도 읽어낼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공정성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이전부터 존재한 ‘KBS 가이드라인’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그간에는 ‘공정성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그렇게 정권바라기 방송을 해온 것인지 되묻고 싶다.
우리는 KBS에게 분명히 경고한다. 국민이 마음을 열고 수신료 인상을 논의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 KBS의 혁신된 모습을 먼저 보여라. KBS가 공정한 방송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수신료 인상은커녕, 수신료 인상을 위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우리는 KBS 수신료 인상이 KBS의 질적 향상과 공영성 제고를 위한 선순환 구조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종편의 밥그릇을 채워주기 위한 간교한 책략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2TV 광고 축소의 수혜자는 종편이 될 것임을, 이번 수신료 인상은 KBS가 아닌 종편을 위한 것임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는 민심을 분명하게 읽어야 할 것이다. 만약 저질 막장방송에 조폭식 영업을 일삼으며 뉴스마저 돈 받고 만드는 종편의 돈벌이를 위해 KBS 수신료 인상에 동의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2015년 6월 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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