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황우석교수 관련 보도파문
지난 22일 MBC PD수첩이 22일 밤 ‘황우석 신화의 난자의혹’을 방송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4일에는 황교수가 공식기자회견을 갖고 ‘연구원 난자이용’ 및 ‘난자매매’ 사실을 시인하고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사회는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관련 내용을 살펴본다.
황교수 관련 PD 수첩의 보도가 나가고, 황교수의 기자회견이 있은 지 일주일정도가 지나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 특히 PD수첩의 보도에 대한 항의의 목소리가 오히려 커지는 것 같은데...
- 특히 네티즌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언론에서 네트즌들의 압력으로 광고주들이 PD수첩에 대한 광고를 철회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기는 했지만, 우리사회에 여전히 황교수와 관련한 보도에는 일정한 금기 비슷한 것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PD수첩에 대한 이런 반응들이나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 MBC노조는 29일 <언론은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성명에서 "프로그램이 방송된 이후 한 주가 지난 시점에서 논란은 '난자 의혹'보다는 'PD수첩의 취재가 과연 정당했는가'라는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항상 그렇듯이 실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곁가지의 논란만을 증폭시키는 언론의 고질병이 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난자 매매와 헬싱키 선언을 위반한 연구원 난자 기증보다는 PD수첩의 취재과정이 더 큰 문제라는 전형적인 물 타기가 일어나고 있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PD수첩 방영이후 일부 언론들이 보인 행태는 '언론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갖게 한다"고 언급한 MBC노조는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은 지금껏 네티즌의 여론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해왔는데 이번 PD수첩 사태에 있어서는 네티즌의 여론이 절대선 인양 무비판적인 중계보도에 몰두하고 있다. 전형적인 경마 저널리즘이라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류언론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행위에는 그 동안 황우석 신화 만들기에 급급했던 이들의 원죄가 깔려있다"고 질타한 MBC노조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가를 밝히는 것은 언론의 기본 사명이자 국익의 근본이며, 언론은 더 이상 근거 없는 억측으로 PD수첩의 명예를 훼손하기보다는 이제라도 '황우석 신화'의 실체에 다가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에서도 역시 비슷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는데 특히 대다수언론들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보다는 그동안 황교수신화를 전파하는데 충실해왔다는 지적이 많다
- 크게 네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동안 ‘황우석 신화’만들기에 앞장서왔던 언론은 관련 의혹에 제기된 후에도 진실을 찾아나서기 보다는 황교수 ‘입’만 바라보는 태도를 견지해왔다는 것이다.
▷황우석 ‘입’만 바라보기
하루하루 황 교수의 해명 기자회견만 기다리는 듯한 이 같은 언론의 보도태도는 황 교수 자신이 의혹의 정점에 선 25일자 이후에도 계속됐고,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연 다음날인 25일자 신문들은 <황 교수 “늦더라도 국제 눈높이에 맞춰야 했는데…”>(조선일보 3면), <“글로벌 스탠더드 뼈아픈 교훈 얻었다”>(동아일보 5면), <“연구원 난자 문제될 줄 처음엔 몰랐다”>(한국일보 3면) 등 황 교수의 해명에 초점에 맞춰 제작됐다.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던 황 교수가 말을 바꾼 데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줄기세포 연구의 권위자로 황 교수와 공동연구를 추진해왔던 제럴드 섀튼 교수가 지난 12일(현지시각) 황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했을 때에도, 21일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이 “매매된 난자가 연구에 사용됐다”고 증언했을 때에도 황 교수의 ‘부인’ 코멘트에 주목했던 언론은 24일자부터야 서울대 수의대 기관심의윤리위원회(IRB)의 조사결과를 미리 입수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의혹을 제기한 주체보다는 이해당사자의 해명에 주목하는 듯한 보도태도를 통해 윤리논란에 대한 문제의식을 축소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윤리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해당사자가 연루돼 있는 서울대 수의대가 자체조사를 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등 풀리지 않는 의혹이 여전하지만 언론은 황 교수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윤리논쟁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25일자 사설에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의사도 자기 가족에게 접종을 해봤고, 식중독균을 밝혀내려고 균이 든 케이크를 나눠 먹은 의사들도 있다. (난자를 제공한) 황 교수팀 여성 연구원을 비난할 수는 없다. 보상금이 지급되기도 했지만 당시는 그걸 금지하던 법이 없던 때다”라고 썼다.
특히 경제신문들이 <지나친 윤리논쟁 국익에 무슨 도움?>(매일경제 11월 23일자 2면) 등의 제목으로 “마구잡이식으로 황 교수를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고 진실에 근접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에 주목하는 포퓰리즘 성향의 보도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2일 밤 ‘PD수첩’이 ‘황우석 신화의 난자의혹’을 방영한 이후 언론은 “PD수첩이 인터뷰를 짜깁기해 진실을 왜곡했다”는 노성일 이사장의 주장을 비중있게 반영하면서 ‘PD수첩’에 뭇매를 가했다. (24일자 중앙일보 3면 <PD수첩, 짜깁기로 진실왜곡> 등)
같은 날 조선일보도 3면 <황 교수 “연구실 가기도 싫다”지만…시민격려는 쇄도>의 부제를 <윤리문제 일방 매도에 허탈…“결국 시련 이겨낼 것”/ “힘내세요” 난자 기증 확산…정치권도 적극지원 나서>로 뽑으면서 ‘PD수첩’을 ‘과도한 취재활동으로 황 교수님을 힘들게 하는 골칫덩어리’ 정도로 해석하게 만들었다. 누리꾼들의 광고주에 대한 압박으로 <PD수첩> 광고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대다수 신문방송들은 이를 단순 중계보도하는 데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이런 보도태도는 본질을 회피한 채 주변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는 것인데, 특히 지난 24일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을 전한 방송사들은 최소한의 검증 없이 일제히 해명에 치중했으며 난자기증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식의 보도도 잇따랐다. <PD수첩>이 후속편에서 황우석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의 진실성에 대해 다룰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대다수 신문과 방송들은 이를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이들은 <PD수첩>이 취재과정에서 강압적인 방식을 행사했는지에 더 치중했다.
황교수의 연구성과가 생명공학계의 전체 판도를 바꿀 만큼 역사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 등의 측면에서 쉽게 재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이번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 우선, 이미 해외언론들이 ‘난자출처’에 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상황에서 우리 언론이 관련사안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의혹을 키우는데 일정부분 역기여한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실험용 난자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조건에서 황우석교수팀이 연구에 썼던 6백여개의 난자출처에 대한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난자를 제공하면 5천불을 주겠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해도 19개의 난자밖에 구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에 대해 그 동안 황우석 교수는 “연구에 사용된 난자는 숭고한 뜻을 지닌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PD수첩> 취재팀이 입수한 황박사 연구팀의 ‘난자장부’를 역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연구에 이용된 난자는 ‘매매난자’였고 황교수팀에 난자를 제공한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매매난자 제공사실을 시인했다. 난자적출과정에서 제공당사자에게 난자적출수술의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설명조차 해주지 않았던 것도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PD수첩>은 제기된 연구윤리문제의 쟁점의 하나인 ‘연구원제공 난자 사용사실’도 확인했다.
<PD수첩>의 문제제기도 뒤늦은 감이 있다. 만일 우리 언론이 좀더 일찍 이 문제에 천착했더라면 노성일씨가 거짓증언을 되풀이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며 황교수도 이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해명할 기회를 갖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섀튼교수가 결별하게 된 것이 <PD수첩> 취재때문이었다’는 식의 일부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22일자 동아일보는 <섀튼교수 결별선언 전 미에 취재팀 보내>라는 기사에서 마치 섀튼 교수가 <PD수첩>의 취재 과정에서 난자 채취 의혹을 알게 되어 ‘결별’한 것같은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으며, “MBC가 최근 저조한 시청률을 만회하기 위해 국익을 버린 것”이라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모아 기사화하기도 했다. <PD수첩>에 대한 일부 언론의 무리한 비난은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사명도 다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 대치되어야한다.
어차피 영국 ‘네이처’지가 ‘연구원 난자제공’관련보도를 내보냈거니와 만일 <PD수첩>이 여론에 밀려 관련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곧 사실은 밝혀지게 될 정황이었다.
언론이 황교수의 연구성과와 ‘생명윤리문제’, 그리고 ‘연구윤리문제’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인식하고 기왕에 PD수첩이 ‘연구윤리문제’를 제기한 터이므로 이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의 장’ 형성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다음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처럼 연구성과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엄청난 사안에 대한 국가적 검증시스템의 허술함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관련 연구성과가 논문으로 발표될 때에는 꼭 ‘IRB’, 즉 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사안의 경우 연구팀이 난자적출수술은 미즈메디병원에서 하고 ‘난자기증동의서’의 보고와 승인은 ‘한양대병원 윤리위원회’를 거쳤는데 한양대 윤리위원회는 이들 난자의 출처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교수가 이뤄낸 커다란 성과가 연구윤리문제로 폄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지금 <PD수첩>을 비난하는 네티즌들 또한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매매난자와 연구원난자를 이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감추려해도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는 황교수팀이 이용한 난자가 도덕적로 아무 하자가 없는 것이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이 사실이 아니라면 아무리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와도 진실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황교수팀의 ‘연구윤리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 마치 <PD수첩>이 황교수의 연구성과를 폄훼하고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황교수 연구를 반대한 것처럼 몰아가는 일부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와 일부언론의 딴죽걸기에도 불구하고 관련보도를 내보낸 <PD수첩>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난자출처의혹’을 밝혀 연구윤리문제를 해결하는 일과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황교수의 연구에 대해 반대 혹은 찬성하는 것은 별개사안이다. 우리는 어렵게 일궈낸 연구성과를 지키고 앞으로 이 연구를 계속해가기 위해 <PD수첩>이 황교수 연구팀에게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황교수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진실’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PD수첩>의 이번 보도를 ‘서로 비난하고 삿대질하는’ 쪽으로가 아니라 생명윤리나 연구윤리문제에 보다 천착하는 연구시스템과 연구문화를 만들어 가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진지한 논의가 이어져 황교수팀 혹은 또 다른 연구팀이 합법적으로 연구에 몰두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사회가 제대로 된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PD수첩>이 후속편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어디 <PD수첩>만 져야할 몫이겠는가. 전 언론이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진지하고 성숙한 자세로 보도에 임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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