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가 없다면 빠지시라”
- 2019년 지역신문발전기금 삭감을 마주하며 -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 기반으로 건전한 지역언론 육성을 주목한 것은 지극히 옳았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공약은 분권 철학과 신념이 바탕이었던 게 분명하다. 건전한 지역언론 육성을 갈망하는 주체들이 새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이유다. 지역언론 문제를 대하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태도와 인식도 이 같은 기대를 북돋웠다. 섣부른 참견을 자제하며 이전 정권과 다른 명민한 행정을 기다리면 될 줄 알았다.
결과는 참담하다. 대통령이 공약한 200억 원대 기금 회복은커녕 역대 최저 예산인 60억 원을 편성해 기획재정부 검토까지 끝냈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 또한 어이없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기획재정부를 탓한다. 무조건 일정 비율을 삭감해 예산안을 제출하라 했으니 따를 뿐이라고 한다. 기획재정부도 당당하다. 숫자만 다룰 뿐 담당 부처에서 올리지도 않은 예산을 건드릴 근거가 없다고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태도다. 정부와 정책 수요자 사이에서 지역신문발전지원법 효과극대화에 집중해야 할 위원회가 예산 증액과 관련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정부가 주는 대로 받고 하라는 대로 하는 모양새다. 지역 순회토론회에서 ‘힘없는 위원회’를 공언할 정도니 말해 무엇하랴. 소극적인 행정과 안이한 지역언론을 다그쳐 지역신문 발전 의제를 주도해야 할 위원회는 어디에도 없다.
책임지는 주체는 없고 파기된 공약만 나뒹구는 지금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원점에 선다. 이미 중요 지점을 찍고 지나갔어야 할 여정이 다시 돌고 돌아 처음 그 자리다. 지방분권을 뒷받침할 건전한 지역언론을 육성하는 과제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각 주체가 저지른 잘못과 역할부터 되짚어야겠다. 이정표부터 다시 세우자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방분권 실현 동반자로서 지역언론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 건전한 지역언론을 육성하는 시발점이다. 우는 아기 젖 주는 식으로 적당히 예산 나눠 먹기에 치중했던 이전 정권 방식과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지역언론 육성을 위한 위원회 위상 강화, 지역신문발전특별법 상시법 전환 등 대통령 공약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라. 정책 수요자 접근이 수월한 창구를 서둘러 마련하라.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통령과 장관이 공감한 정책을 실무 단위에서 뭉개버리는 구조부터 바로잡아라. 이번예산안 수립 과정에서 기금 회복을 위한 노력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숫자만 검토할 뿐이라며 발을 빼는 기획재정부를 압박할 주체는 다름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스스로 권한과 역할을 축소하는 태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기금 조성과 운용 계획심의는 위원회 직무이다. 주는 예산 받아 나눠주는 일이 아니다. 예산 증액을 위해 장관도 만나고, 기획재정부도 만나 설득하라. 힘이 없다며 발뺌할 일이 아니다.
지방분권 실현 동반자로서, 정책 수요자로서 우리는 앞으로 지역신문발전지원 정책과 행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대화 상대, 협의체 구성원, 정책 제안자로서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함께 외칠 때는 외칠 것이며 싸워야 한다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뒤틀린 정책 흐름을 바로잡으려는 지난한 길이다. 건전한 지역언론 육성 의지가 없다면 아예 자리를 내놓고 그만두시길 권한다.
2018년 7월 17일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 (사)바른지역언론연대, 한국지역언론학회
전국언론노동조합(지역신문통신노동조합·풀뿌리신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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