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 언론으로 일간신문을 발행하는 법인’이라는 주식회사 전북일보가, 역시 ‘부동산 개발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스스로를 소개한 주식회사 ‘자광’과 함께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대한방직 부지 개발 관련 게시글을 문제 삼아 지난 2월 법정 소송에 나섰다가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2일 슬그머니 고소를 취하했다. 댓글을 달았던 시민들에게는 모욕죄를 적용하기까지 했다.
이제라도 시민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을 취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개발사업자인 ㈜자광은 차치하고서라도, ‘표현의 자유’를 존립근거로 하는 언론사 대표가 인터넷 공간인 페이스북에 게시된 비판글을 문제삼아 명예훼손 소송에 나선 것은 스스로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이 사태를 점검해 봐야 한다.
우선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은 ‘낙후지역에 대한 개발’ 여론과 함께 ‘용도 변경에 따른 특혜논란’ 등이 양립하는 지역사회 쟁점 사안이다. 문제는 ㈜자광이 개발계획 발표를 앞두고 전북일보의 주식 45%를 이미 인수했다는 사실이다.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혼란 및 개발사업자의 사업수행능력 등에 문제를 제기해왔던 전주시민회나, 지역 언론의 보도 공정성 문제를 지적해왔던 전북민언련으로서는 ㈜자광의 전북일보 지분 인수를 가벼이 넘길 수 없다. 특히 전북일보가 대주주 자광의 이익을 뒤로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광과 ㈜전북일보가 ‘추가 지분 양도’와 관련한 이들 시민단체의 게시글을 문제 삼아 명예훼손 소송에 나선 것은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광과 전북일보 사이의 주식 매매 행위가 사회적으로 전혀 비난받을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면 비록 허위의 사실 적시라 하더라도 이로써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부지 개발을 염두에 둔 사업자와 언론사 간의 주식매매 행위가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사안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함께 고소당한 전북민언련 활동가에 대한 소송 이유는 더 황당했다. 서울신문과 부산일보의 사례를 들어 “전북일보가 자광의 지분 양도 제안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알 수 없으나 위 두 사례에서 얻는 반면교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감시와 비판 역할을 수행해야 할 언론사가 개발사업자와의 ‘이익 공유’ 속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포기한다면,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몫이다. 만에 하나라도 그럴 우려가 있다면, 이를 환기하는 것 역시 언론감시단체 활동의 고유 영역이다.
그래서다. 자광과 전북일보가 ‘봉쇄’하고 싶었던 것은 ‘추가 지분 인수의향이 전해졌다’라는 문제의 표현이 아니라, 향후 있을지도 모를 시민단체의 비판 목소리라고 본다. 특히 전북일보로서는 대한방직 부지 개발과 관련해 ㈜자광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껄끄러웠을 것이다. 우리가 이번 소송을 시민사회단체의 공익적 비판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 의심하는 이유다.
오보나 허위의 표현행위로 인해 피해를 당했다면 피해구제를 위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단체라고 해서 예외일 수도 없다. 다만 그것이 악의가 아닌, 공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행위라면, 그리고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면책된다는 것 또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민주주의 기본 법리다.
더욱이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후속 활동을 위축시킬 목적으로 취해지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되면 시민단체의 공익활동은 물론이거니와 시민들의 자유로운 표현행위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은 비판 여론을 통제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공개적인 토론 및 공론장 구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지역사회’를 위하는 언론사로서의 역할일 것이다.
2022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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