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자실은 기자단의 배타적 점유 공간이 아니다
- 참소리 기자의 전북도청 지역 기자실 출입 제한에 대해 -
인터넷신문 참소리 기자가 전라북도 도청 지역 기자실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전북도청 출입 기자단과 남원의료원 담당국장의 만남이 있던 2013년 7월 5일, 참소리 기자가 취재를 위해 전북도청 지역 기자실을 방문했지만 출입을 제지당했다는 것이다. 2013년 7월 9일자 참소리 기사 “전북도청 기자실에서 쫓겨나보니, 서럽네”에 따르면, 전북도청 출입 기자단이 참소리 기자의 출입을 제한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참소리 기자는 전북도청 지역 기자실에 출입할 수 있는 회원사 소속 기자가 아니다. 둘째, 전북도청 기자단과 남원의료원 담당국장의 만남은 예정되어 있다가 취소된 남원의료원 관련 행정부지사 브리핑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기자단은 담당국장과의 만남이 행정부지사의 브리핑 취소와는 관련 없는 것이기 때문에 참소리기자의 출입제한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논란은 남원의료원 원장 재임문제와 관련해 최고책임자인 행정부지사의 브리핑이 예정되었다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발생했다. 기자단과의 만남을 가진 국장은 남원의료원 관련 주무국장이었다. 참소리 기자의 주장에 따르면, 주무국장은 행정부지사의 브리핑 취소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 차원에서 기자실을 방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원의료원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취재를 해왔던 참소리 기자가 해당국장에 대해 취재를 시도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다. 기자단의 주장은 오히려 참소리 기자의 정당한 취재행위를 방해한 데 따른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군색한 변명이라고 밖에 들리지 않는다.
설령, 담당국장이 남원의료원과 무관한 다른 사안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기자실을 방문했다고 하더라도 참소리 기자를 쫒아내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기자실은 공공기관인 전북도청이 기자들에게 취재편의를 제공할 목적으로 만든 공공영역이며, 기자단에게 타언론사의 공익적 취재목적의 기자실 방문을 거부할 하등의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전북도청 기자단은 2007년 제정된 ‘전북도청 지역 기자실 운영규약’에 따라 회원사가 아닌 언론사는 기자실을 이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북도청 기자단의 해명은 군색하다. 기자실은 기자단이 배타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전북도청 기자단은 기자실 사용과 관련해 전북도청에 임차금 형태의 예치금을 납부했으며, 회원사별로 기자실 부스 사용료와 운영비를 부담하고 있다며 이른바 ‘점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전북도청의 기자실은 기자단이 자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전북도청 지역 기자실은 시민의 세금으로 건립되고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사적 공간이 아니라 공적 공간이라는 말이다. 그런 공적 공간에 회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기자실은 당연히 취재 편의를 제공받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야 할 공간이기 때문이다.
전북도청 기자단은 비정상적인 지역 언론 상황 때문에 기자실을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난립하는 언론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기자실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북도청 기자단의 주장이다. 전북도청 기자단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자실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려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기 때문이다.
애초 기자단이 만들어진 이유는 행정을 견제하고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전북도청 지역 기자실 운영규약 역시 ‘제 1조 취지와 목적’에서 “본 규칙은 도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전북도청 출입기자들의 취재영역 확보를 꾀하고 취재기자로서의 품위 유지 등 지역 기자실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규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기자실 운영 규약과 달리 기자실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오히려 도민의 알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발생하고 있다. 회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자의 기자실 출입마저 제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민의 알 권리가 보장받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참소리 기자의 전북도청 기자실 출입 제한과 관련해서는 전북도청이 져야 할 책임도 없지 않다. 전북도청 기자단이 지역 기자실을 배타적으로 점유, 사용할 수 있도록 용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기자실이 배타적으로 이용되면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브리핑룸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많은 기자가 참석한 브리핑룸에서 공개적으로 행정부지사의 브리핑 취소 이유를 밝혔더라면 이번 일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 이럴 거면 브리핑룸은 왜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전북도청은 내실있는 브리핑 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이 취재 기자의 편의를 위해 취재를 지원해주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취재편의가 특정 기자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형식의 특권으로 변질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기자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왔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취재편의차원에서 모든 기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형태의 기자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기자실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만약 이번처럼 기자실이 기자단만의 특권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엔 기자실의 폐지를 주장할 수 밖에 없다. 취재편의 차원에서 제공되는 기자실이 특권적 공간으로 변질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기자실과 기자단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와 같은 일은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지를 모아보자는 말이다. 도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기자실 문제 해결은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일이다.
2013년 7월 11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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