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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미디어

[전북마을미디어 인터뷰04] 지리산 산내마을신문 정충식 편집장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5. 12. 9.


[전북마을미디어 인터뷰04] 지리산 산내마을신문 정충식 편집장 

 





사방이 산으로 쌓인 조그마한 마을하나. 산내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초입은 마을의 중심부와 바로 연결된다. 산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 대정리. 낮 이면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명랑하게 들리고, 밤이면 어른들이 도란도란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곳.

은행, 식당, 면사무소, 보건 소, 학교, 카페, 파출소, 우체국, 이발소, 약국, 슈퍼, 문방구 등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곳이 대정리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산내마을 정충식 편집장은 대정리 가운데에 자리잡은 지역문화공간 [토닥] 카페로 우리를 안내했다.

 

 

편집장님 반갑습니다. 남원 산내마을 공동체 활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남원은 귀농인이 많은 지역이에요. 2천명 인구 중에서 3백여 명이 귀농인 이에요. 저도 6년 전에 귀농을 했습니다. 귀농인구가 많은 이유는 IMF 이후에 대안적인 삶을 마련하고자 98년도에 실상사에서 귀농학교를 만든 게 큰 계기가 됐습니다. 그로인해 귀농인구가 들어오고 정착하기 시작했죠. 학생들은 전국에서 모였어요. 실상사귀농학교는 25기까지 하고 문을 닫은 상태에요. 그 학교 출신 학생들이 머물기도 하고 결혼도 하면서 산내 주민이 됐어요. 인드라망생명공동체와 사회운동 하던 사람들도 하나의 축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지인들의 소개나 여행 오셨던 분, 근무하러 오신 분들도 다시 떠나지 않고 자연스레 유입되고 있어요.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 40, 50대가 많은 편입니다.

 

귀농귀촌 인구들이 유입되면서 마을 사이 갈등 생겨..

 

제일먼저 부딪쳤던 부분은 농사 방법이에요. 기존에는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농법을 하고 있어서 친환경으로 농사짓고 싶은 사람들 간의 간극이 있었죠. 풀을 죽이냐 사느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이건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지닌 문제였어요. 예를 들면 마을학교의 인조잔디를 까는 것도 마찬가지 이었고요. (현재 학교 운동장은 인조잔디다) 문제는 어떤 일이 생기느냐가 아니라 풀어나가는 방식이에요.

 

 

그런 일들이 많이 생기면서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레 생겼겠네요?

 

마을신문이 그 소통 역할을 했다고 봐요. 이런 갈등으로 인해 마을신문을 꼭 만들어야겠다는 것은 아니었고 자연스럽게 닿게 된 것 같아요.

 

 

마을공동체사업이 확대되면서 2010년 이후로는 지자체나 기관의 지원금이 많아졌어요. 마을신문도 대부분 이런 기금으로 시작되었다가 지원금이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산내마을신문은 처음부터 지역주민에 의한 십시일반으로 운영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마을신문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었어요. 개별적으로 소통에 관심이 많던 사람들이 외부 강사를 불러서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부산에 있는 마을신문 관계자의 강연이었어요. 그때 10여명 남짓한 사람들이 들었는데 몇몇 분들께서 직접 우리도 해보자고 했죠. 그렇게 모인 편집인 6명이 지금도 함께하고 있어요. 지자체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상근자도 당연히 없고요.

 

상근자는 없지만 편집기자, 취재 기자로 나뉘어 역할 충실

 

처음에는 편집과 취재 기자 구분이 없었어요. 초기엔 서로 쓴 기사를 교정보며 발행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기사거리도 큰 변화가 없고, 새로운 기사를 쓰기엔 6명으론 한계를 느낀 거죠. 그래서 기자를 뽑았어요. 지금은 60세 가까이 된 분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기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하는 일에 따라 농사, 지리산 이야기, 문화, 역사, 의학 파트가 나눠져 있고요. 두루두루 관심 있는 분야에 따라 신문에 싣고 있어요.

 

창간준비호를 내며 마을주민들은 몇 가지 약속을 했다고 한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의연함을 기를 때 까지 창간호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마을신문으로 출발하기 전 몇 가지 약속을 했어요. 첫째는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재밌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둘째는 마음으로나 실력으로 준비가 될 때까지 공식적으로 신문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 사실 우리 모두 초짜였거든요. 글을 전문적으로 써본 사람들이 별로 없었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읽은 사람들이 평하는 것을 의연하게 극복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셋째 우리가 만들 마을신문은 마을에 사는 분들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공감을 나누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준비될 때까지 창간호를 내지 않기로 했어요. 56호까지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창간준비호를 발행했어요. 그런데 창간준비호는 1호로 끝나고 바로 신문을 발행했습니다.

 

사타리 타기로 결정된 초기 편집장, 3년 동안 맡게 돼..

 

편집장은 사실 다들 누가해도 상관없었어요. 같이 한다는 것이 중요했기에 돌아가면서 편집장을 맡아서 보자고도 했어요. 그렇기에 사다리 한번 타볼까요?’라는 말이 툭 나왔죠. 그래서 어떻게 제가 됐어요^^. 제가 창간준비호 때만 하는 거라는 약속을 받고 한 달짜리 편집장을 맡았는데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벌써 신문이 나온 지도 2년 반 정도 됐네요.

 

매년 반복되는 작은 마을의 특성, 콘텐츠 차별성 키워야

 

저희는 처음 창간호부터 편집인들이 돈을 모아서 신문을 발행했어요.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이 조금씩 도움을 주기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저희가 공식후원자를 모집한다고 광고를 냈어요. 이후 후원금이 안정되게 모여서 재정 걱정은 안하고 있네요. 솔직히 지금은 조금 남아요^^. 콘텐츠 수급의 어려움이라고 했던 건 작은 마을의 특성상 일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건, 사고가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일보다는 사람의 이야기, 소소한 일상의 삶이 콘텐츠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내마을 주민 수는 약 2000명이다. 산내마을신문은 2000부를 발행한다. 향우들에게 보내는 200부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마을 안에서 소화된다고 하니 대부분의 주민들이 산내마을신문을 받아본다고 볼 수 있다. 거의 100% 구독률을 자랑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마을신문의 배달에 어린이집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하니, 마을신문의 성장이 마을주민들의 참여 속에서 큰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살래닷컴을 보면 지리산 권을 둘러싸고 자생적으로 생겨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눈에 띄어요. <지리산이음>,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이 그러한데요. 마을이라는 지역적 경계를 깨고 의제 중심 문화적공간적 연대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해요.

 

각 단체마다 집중하는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 지리산이음은 지리산권이라는 특정 공간과 지역을 중심으로 두고 다양한 마을 사업을 공유해 보고자하는 단체입니다 . 지리산생명연대는 지리산 환경파괴를 반대하고, 생태계 보호와 가치관 보존 문제를 중점으로 의논하는 모임이고요.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은 산내마을에서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이라고 말하는 게 쉽겠네요. 처음에는 카페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영화도 보고, 기타공연이나, 여러 동호회에 공간을 제공하고도 있어요. 마을신문도 여기에서 태동을 했고요. 창문 너머로 보이시는 뒷 건물은 청소년 공간인데 재미라고 불러요. (실제로 인터뷰 도중 하교한 학생들이 우르르 카페로 몰려와서 편집장님과 인사를 나눴다)

 

 

작년 세월호 참사 때는 남원 산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릴레이 단식을 펼쳐 100일 이상을 넘기기도 했다. 한 공동체가 온전히 참여 해 릴레이 단식을 펼쳤다는 게 참으로 놀랍다

 

주민 한분의 아이디어로 시작했어요. 마을 사람들 저변으로 흐르고 있는 생명과 평화 그리고 함께하는 삶이라는 공감대가 행동으로 나타난 경우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산내의 힘이라고 봅니다.

 

 

정충식 편집장은 마을신문의 역할은 다양하지만 일단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마을이 사라지며 기록도 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거기에 살았던 사람에 대한 기억도 함께 사라졌다. 옛 고전 문헌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생생한 고증의 한계를 느꼈다며 조만간 마을 이야기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겠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사람을 잇고 마을을 잇는다는 마을신문소통의 힘! 산내마을신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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