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궁특수지역 대책발표 관련 모니터보고서
지난 1월 24일, 도내일간지들은 일제히 주요기사로 강현욱도지사가 익산 왕궁면 축산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왕궁 특수지역 124만평을 매입해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하고 주민 이주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는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시기에, 그것도 재원문제 등으로 논의 자체를 외면하던 전라북도의 갑작스런 발표에 대해 그 실현가능성 및 선거용 공약(空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개발과 주민이주를 사실상 확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일간지들의 보도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언론보도 내용
전라일보는 1월 24일자 1면 머리에 <왕궁특수지역 전면개발 - 강지사 “4월 추경예산 편성…124만평 단계적 전체 매입”> 제하의 기사를 싣고 새만금 수질악화의 요인인 축산폐수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익산 왕궁특수지역 124만평을 공영개발방식으로 전면 개발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전북도민일보도 역시 같은날 머리기사에 <왕궁 특수지역 공영개발-124만평 단계적 매입 이주대책 추진> 제하로 ‘강지사 현지 회견…올 추경 30억 반영’이라고 기사를 게재했다.
전북일보의 경우 1면 주요기사로 <“익산 왕궁 특수지역 124만평 매입 공영개발․주민이주 추진”>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면서 “강현욱지사, 4월 추경때 사업비 반영, 뚜렷한 대책 없어 지방선거용 지적도”라는 부재를 달았다. 또한 전북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 <왕궁단지 이주, 재원확보가 관건이다>을 실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새전북신문은 1면 대신 2면 머리기사로 관련기사를 실었다.
<온수-구덕리 124만평 단계적 개발>이라는 제목이었으며, “공영개발방식 복합타운 등 활용, 7,300억규모 사업비마련 과제로”라는 작은제목을 붙였다.
언론사간 차이가 나는 보도방향
그렇다. 전라일보나 전북도민일보의 경우 전라북도의 발표를 확정적인 것으로 그리고 큰 비판없이 기사화했고, 상대적으로 전북일보가 강한 비판입장을 보였다.
우선, 전라일보와 전북도민일보의 경우 실제 재원마련이나 주민 이주방법 등 여러 가지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점에서 강지사의 발표로 왕궁특수지역 전면개발이 확정적인 것처럼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전북일보는 같은 날 3면 해설기사 <갈길 먼 왕궁특수지역 이주대책 “7500억 어떻게 마련하나”>에서 재원확보의 불투명성과 주민 이주대책의 어려움, 축산폐수처리시설 중복투자문제, 절차문제 등을 들어 “전북도가 구체적 계획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관련기사에 인용된 전라북도 윤철단장의 인터뷰내용은 이를 반증하기도 한다. 윤철 단장은 “이날 행사는 집단민원에 대한 전북도의 검토결과를 밝히는 자리”이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조만간 용역을 거쳐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구체적인 사업계획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큰 틀에서 전라북도의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전라북도의 수장인 도지사의 발언내용은 그대로 정책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다른 때 비해 강하게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아예 근거없는 보도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비지원 없인 추진자체가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점과 구체적인 사업계획 등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왕궁특수지역 전면개발” 등과 같이 단정적 보도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채 다듬어지지 않은 정치적 발언을 기정사실화하는 경우 이후 추진과정에서 암초에 부딪쳐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결과적으로 언론이 특정인의 언론플레이 수단으로 전락되었던 전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언론보도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은 김완주시장의 새만금 자기부상열차 주장이나 강현욱지사의 새만금 세계최고 타워건설 등 도지사후보들의 정치적, 선거용 발언내용이 자체 검증이나 검토없이 보도되면서 정쟁의 대상이 되거나 불필요한 논란이 일기도 했던 최근의 사례와 겹쳐지면서 더욱 증폭된다.
물론 당시는 해당자들이 ‘그렇게 주장했다’는 형식을 띠기라도 했지만, 이번 경우는 아예 확정적으로 보도된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지만 말이다.
보도의 문제점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왕궁특수단지에 대한 전라북도의 전격적인 대책발표 바로 사흘전에 만경강 수질관련 기사가 일제히 기사화됐다.
지난 20일, 도내 일간지들은 일제히 전라북도 또는 전주지방환경청의 발표내용이라면서 “만경강 수질이 해마다 악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전라일보 2면에 박스기사로 실린 <만경강 해마다 수질악화>에는 “최근 몇 년 동안 만경강이 수질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히 생화확적 산소요구량 즉 BOD의 경우 4.5PPM으로 2년전보다 크게 악화되었으며, 이는 전주시 음식물쓰레기 파동과 하수처리시설문제, 갈수기에 따른 방류량 감소, 잦은 하천공사 등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전북도민일보도 지난 해 12월 기준 만경강 상류 삼례천의 경우 BOD는 무려 3.3배 악화되었으며, 김제지역의 경우도 두배 가까이 오염도가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전라일보와 같은 것을 들었다.
새전북신문도 같은날 <만경강 또 다시 죽어간다>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만경강 수질이 매년 악화되고 있고, 새만금 수질오염에 가장 큰 난제였던 왕궁축산단지에 대한 전라북도의 대책이 긴급발표되는 최근 며칠간의 흐름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때를 맞춘 듯이 수년동안 대책없이 표류하던 왕궁축산단지 개발발표에 맞춰 만경강 수질악화 기사가 나왔으니, 비록 재원확보 등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의 왕궁대책은 시의적절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렇듯 잘 짜여진 흐름이 오히려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도대체 만경강의 수질은 개선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악화되고 있는지 하는 의문이다. 이는 그동안 전라북도와 지역언론들이 일관되게 만경강 수질은 개선중이라는 주장을 펼쳐왔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주장은 새만금 관련 2심 재판부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고, 현재 수립된 수질개선대책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결 내용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이번 20일자 수질관련 보도, 즉 “만경강이 죽어간다”는 보도는 어찌된 것일까?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살펴볼 대목이 있다. 작년 2월 3일, 있었던 만경강 수질관련 논란이 그것이다.
당시 전북도민일보 등은 2월 3일자 3면 머리기사로 <만경․동진강 수질 매년 개선>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부제를 <새만금호 목표수질 3~4년 앞당겨 질 듯>으로 단 이 기사에서 “정부가 새만금 지속추진을 천명한 지난 2001년 수질대책을 강화한 후 최근 4년간 수질도 매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만경강 백구제수문의 경우 지난 2001년 6.8PPM 이었던 BOD가 2002년 5.6PPM으로, 2003년 3.7PPM, 지난해에는 3.3PPM"이고, ”동진강 BOD 의 경우 “지난 2001년 4.0PPM에서 2002년 4.5PPM, 2003년 3.0PPM, 2004년 3.5PPM 등으로 수질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일간지들도 마찬가지 보도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당시 수질개선 보도는 일부 중앙언론과 정반대의 보도내용으로 논란이 됐다.
당시 중앙일보는 하루전인 2일, 환경부가 발표한 ‘전국 주요 하천 수질오염도 현황’ 자료를 인용, “하수처리장 설치 지연으로 새만금 사업지역 안의 동진강 수질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난해 동진강 하류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4.1PPM으로 3급수 수질을 보였”고, 이는 “2002년 4.5PPM보다는 나아졌지만 1999~2000년의 3.6PPM이나 2003년 3.0PPM보다는 나빠진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인 농도는 0.315PPM으로 호수 수질의 최하 등급인 5급수 기준(0.15PPM)을 넘어섰다”며 이는 “동진강 유역의 사육 돼지 숫자가 2001년 이후 25% 증가한 탓”이라고 보도했다.
YTN도 <동진강 수질 악화 지속...새만금 사업에 영향 줄듯>이라는 제목의 단신기사에서 환경부의 보도자료를 인용 “동진강 수질측정 지점 가운데 세 지점의 지난해 평균 총인농도는 0.318PPM으로, 재작년 0.206PPM보다 1.5배 가까이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 BOD 의 경우도 지난 99년 3.6PPM에서 지난해에는 4.1PPM으로 악화되었다고 보도한 YTN 은 “동진강 수질이 계속 나빠지고 있어서 오는 4일 재판부의 판결을 앞둔 새만금 간척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새만금 관련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을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이런 상반된 보도가 나왔던 이유는 환경부의 발표내용과 전라북도의 발표내용이 정반대였기 때문이었다. 각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고, 특히 1심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언론사가 특정목적을 위해 입맛에 맞는 자료만을 인용 보도하는, 즉 언론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망각한 처사였던 것이다.
물론 전국 주요 하천의 수질측정 등은 환경부 소관이며, 지자체의 경우 지류 등에 대한 측정 등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라북도가 자체 수질측정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지역일간지들이 수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년 동진강 수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기사가 지역일간지들에 일제히 보도됐다. 전라북도의 발표내용을 근거로 해서 말이다. 그리고 바로 며칠 후 왕궁축산단지 이전 및 개발방침이 지역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격 발표됐다.
전라북도나 지역언론이 일관되게 계속 좋아진다던 동진강 수질이 갑자기 악화된다고 발표됐다.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환경부의 조사내용은 쳐다보지도 않던 전라북도와 지역언론들이 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전라일보의 경우 한술 더 떠 당시 1면에 <환경부, 새만금 발목 앞장>이라는 기사를 싣기까지 했었다.
이러던 지역언론과 전라북도가 갑자기 정반대의 보도를 하고 나섰다. 왕궁축산단지와 관련한 전라북도의 전격적인(그러난 상당히 졸속적인) 대책발표 사흘전에 말이다.
무엇이 진실인가????
선거용 왕궁축산단지 이전 및 개발방침??
다음으로 왕궁축산단지가 새만금 수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문이다.
이번 전라북도의 왕궁특수단지 대책이 나온 배경에는 새만금 수질문제가 큰 이유였다는 것이 전라북도나 언론의 진단이었다.
전라일보는 관련기사에서 부제를 <새만금 수질악화 요인 축산폐수 원천적 제거>로 달아 이번 왕궁축산단지의 이전 등 개발방침이 새만금 수질과 관련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강현욱지사도 “왕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새만금과 전북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이번 계획을 통해 새만금 수질오염 논란을 종식시키고 익산지역 북부권개발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발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은 왕궁축산단지의 문제가 이번에 새롭게 부상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새만금 수질관련 논란에서 끊임없이 부각되었던 문제가 바로 왕궁축산단지 문제였다. 그런데 그동안 재원문제 등으로 언급 자체를 회피하던 전라북도가 뚜렷한 재원대책도 없이 전격적인 대책을 발표했다. 새만금 수질악화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는 명분과 함께.
문제는 그동안 새만금 수질과 관련한 전라북도 및 지역언론의 일관된 주장이 현재의 수질개선대책만으로 새만금 수질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왕궁축산단지의 문제를 포함해서 말이다. 아니 최소한 수질에 문제없다는 발표나 보도를 하면서 왕궁축산단지를 언급하거나 예외로 한다는 말은 없었다.
지난 20일자 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라일보 보도를 보면 전라북도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도는 올해 만경강 수질이 나빠지긴 했지만, 만경강과 동진강의 오는 2012년 예측수질인 4.4PPM에는 근접한 것으로 새만금유역 환경기초시설이 완료되는 오는 2008년에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도의 입장은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종일관 새만금 수질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라북도의 입장이었으니까 말이다. 예정되어 있는 새만금유역 환경기초시설만 완료된다면 수질문제는 걱정이 없고, 이런 주장은 최근 진행된 법원 판결과정에서도 인용됐다.
당연히 왕궁축산단지를 이전할 이유가 없다.
물론 문제는 없지만,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오염원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말은 된다. 하지만 신규로 550억원을 들여 축산폐수처리시설을 추진하면서, 이 돈을 모두 날려먹고 아예 축산단지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지나친 대응 아닐까? 거기다 예산 확보마저 불투명한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왕궁축산단지와 관련한 전라북도의 긴급한 대응이 의문이다. 일부 언론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아직 재원대책이나 주민이주대책, 폐수처리시설 등의 중복투자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듯 졸속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왕궁특수단지에 대한 전면적 공영개발 또는 집단이주 방침을 밝힐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2심 재판부의 새만금 판결과 그로 인한 방조제완료, 그리고 내부개발방침 마련을 위해 수질문제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는 것이 이번 왕궁축산단지 이전 등의 개발방침이라고 할 때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다.
둘 중 하나는 과장이거나 왜곡이지 않겠는가?
그동안의 수질예측이나 전망이 잘못이었거나 고의로 속여 왔던 것이던가 아니면 선거용 선심성공약이거나 언론플레이용이던가 말이다.
혹시 둘 다는 아닐까?
지역언론에게 묻고 싶다.
동진강은 죽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계속 좋아지고 있는가?
왕궁축산단지 이전 및 전격개발방침은 선거용 졸속대책이자 언론플레이의 전형인가? 아니면 새만금수질 개선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당신들은 잘 몰라서 그렇게 보도하는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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