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 방통위원, 이제는 나와야 한다
공석이 된 방송통신위원을 선임하기 위한 논의가 정가와 언론계 안팎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무엇인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방송통신위원 가운데 4명이 새로 선임되는 만큼, 사실상 재구성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새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작지 않다. 그러나 거론되는 사람은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선임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일각에서 거론된 방통위원 후보는 자질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차기 방통위원 선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방송의 양대 축인 지역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인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지역방송들은 권력에 장악된 서울의 Key-Station과 달리 제한적으로나마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역의 이슈를 다루고, 지역의 뉴스를 보도하며, 지역 고유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매개하는 것은 지역방송이 갖는 고유의 지역성 책무다. 수도권 지상파방송의 1/5에 불과한 제작비와 1/20에 불과한 제작인력으로, 수도권 방송이 외면했던 세월호와 촛불과 사드와 광주민주화운동을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지역방송의 존재이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직면해 있다. 추락하는 지역경제는 지역방송의 생존기반을 잠식하고, 무한경쟁의 디지털환경은 시청자들을 분산시키고 있다. 위기타개에 앞장서야 할 지역 공영방송의 낙하산 사장들과 민영방송 대주주들은 방송의 공공성을 외면한지 오래다. 새롭게 선임될 방통위에 지역방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방통위원이 전무하다면, 중앙집중형 방송 지배구조가 지역방송을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 각국이 방송법에 지역성을 명시하고 지역방송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의 참여를 명문화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방통위 구성에 있어서 지역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 후보들이 지역방송 정상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큰 틀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국지역언론학회와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 지역방송협의회가 대선을 앞두고 공동으로 제안한 ‘지역방송 정상화 정책’은 △지역방송 정상화방안 마련을 위한 (가칭)지역방송개혁위원회 설치, △방송의 지역성 이념 명문화, △방송통신위원회 및 공영방송 이사회의 지역 대표성 보장, △지역민방 지배주주의 부당한 방송 개입 및 전횡 방지, △지역방송사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및 지역사회 의견 청취 의무화, △지역방송 정상화를 위한 재원구조 확보, △지역방송 발전위원회 강화 등 7가지 항목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실현을 위해서도 지역의 고유성과 독립성을 회복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역의 희생을 바탕으로 지탱되어왔던 대한민국의 동력은 이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역의 다양성과 고유성이 희생된 채, 획일화된 국가주의를 강요하는 낡은 시스템으로는 창의형 글로벌 네트워크 사회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역성의 강화는 불균형 발전전략 속에 희생을 강요당했던 지역의 당연한 권리 회복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이다.
대한민국 5천만 인구 중 60%가 넘는 3천만 인구가 이른바 非수도권에 살고 있음에도 이 3천만 명의 의견을 대변할 지역 출신 방통위원이 단 1명도 없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결코 정상이 아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방송정책을 총괄할 방송통신위원회에 언론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소임을 해결하고, 지역방송 정상화에 앞장설 수 있는 식견을 갖춘 지역 출신 방통위원의 선임을 간곡히 요청한다. <끝>
2017년 6월 14일
한국지역언론학회, 지역방송협의회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강원민주언론시민연합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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