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권익 외면하는 비정규직 양산, 공영방송의 자세 아니다!
- 전주MBC는 이진영 아나운서의 복직요구에 대해 대범하고 포용력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라.
작년 12월 31일자로 계약 해지된 전주MBC 이진영 아나운서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거리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진영 아나운서의 사례는 구체적인 재계약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정규직법안의 국회통과 과정에서 예견됐던 대대적인 비정규직 해고사태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우선 이번 사태가 공영방송사인 전주MBC가 져야 할 사회적 책무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다매체와 유료화라는 방송환경의 변화과정에서 위축되어가는 공공성의 가치는 지역지상파방송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유지하는 원천이 되어왔다. 당연히 그들 스스로 우리사회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공공적 가치에 대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대하는 전주MBC의 태도에서 우리는 전주MBC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책무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측은 열악한 경영여건과 급변하는 방송환경하에서의 구조조정의 필요성 등을 재계약거부 사유로 언급하지만, 이는 그 책임을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할 뿐 진실로 지역방송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모델이라 볼 수 없다.
전주MBC는 지역방송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근본원인과 해결의 원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방송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이 지역사회로부터의 신뢰회복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 전체의 진정성있는 혁신과 변화노력 그리고 고통분담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로컬리티를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포용력있는 자세,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결과정에서의 단합되고 대범한 태도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번 사태에 대한 전주MBC의 ‘모르쇠’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게 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비정규직 양산은 또한 시청자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최근 전주MBC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오는 비판의 목소리들이 이를 반증한다.
방송은 결국 프로그램을 통해 말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책무가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위기의 지역방송에게 유일한 생존의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양산은 결국 방송인들의 전문성 약화와 의욕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청자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만일 경영진이 비정규직법안을 정규직회피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그 개연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침묵’하고 있는 지역언론에도 당부하고자 한다.
이번 사례는 비단 전주MBC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언론사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니다. 아마도 대다수 언론인들이 이번 사례가 가진 사회적 함의에 대해 십분 이해하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그것이 지역내 동종업계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이해와도 결코 무관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언론이라는 사회적 공기의 책무와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적극적인 의제설정이 필요하다. 이 기회에 지역언론의 위기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한다. 그 공론의 장을 한껏 열어놓아야 한다. 침묵하고 있다고 지역언론의 위기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주MBC가 보다 넓은 시각으로 이번 사태에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지역방송이 처한 위기상황에 대한 분명한 진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혁신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스스로의 기득권을 모두 던져버릴 수 있다는 열린 자세에 대한 구성원 전체의 합의와 동의를 통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노력없이 비정규직 양산을 통해 손쉬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결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작은 욕심이 조직 전체를 와해시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2007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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