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지역주재기자의 구속에 대한 전북민언련의 입장
- 지역주재기자제도의 근본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할 때다 -
도내 언론사 지역주재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알게 된 각종 비리와 의혹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또 다시 구속됐다. 2007년 8월 8일, 장수군 S-APC(거점산지유통센터) 건설공사의 문제점을 기사화하겠다고 협박해 7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장수지역 주재 기자 2명이 구속됐다.
취재처의 비리 사실을 묵인해주는 댓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역 주재 기자들이 구속된 사례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4월에는 김제시 관급공사 비리와 관련해 지역 주재 기자 2명과 지역 일간지 상무가 구속됐으며, 5월에는 지자체 보조금 지원 사업과 관련해 업자에게 '비리 사실을 무마해 주겠다'며 돈을 받은 혐의로 도내 전현직 기자 2명이 구속된 바 있다. 역시 5월에 전주지법 정읍지원 형사법정에서는 도내 11개 언론사 주재 기자들이 광고와 관련 공갈 혐의로 기소돼 각각 200만원~500만원의 벌금을 구형받은 사건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개월만에 다시 비리 혐의로 기자들이 구속된 것이다.
연이은 기자의 구속 앞에서 우리는 찹작함과 침통함을 금할 수 없다. 주재 기자의 부정부패와 비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신문 스스로의 변화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주재기자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신문들의 철저한 자성과 성찰을 촉구한다.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와 검찰에게도 주재기자 비리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 줄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
첫째, 지역 신문은 '침묵의 카르텔'에서 벗어나라. 언제까지 몇몇 사이비 신문과 기자들로 인해 지역 신문 전체가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당하는 오명을 뒤집어 쓸 것인가? 만약 이번에도 동업자 의식을 발휘하느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어간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역 신문의 공멸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지역신문에 대한 도민의 혐오감을 불식시키고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진 지역 언론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지역 신문이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날 것을 요구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에 당부한다. 도민의 혈세로 집행되는 지자체의 홍보예산을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신문사에 집행한다는 것은 도민 모두를 비리 신문사의 '공범'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다. 혈세 낭비 방지와 도민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지자체는 비리 신문사에게는 홍보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라. 지역언론의 주요 광고주인 지자체가 그런 의지를 천명한다면 난립하고 있는 지역 언론시장을 정상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셋째, 우리는 그 동안 지역신문의 비리 척결을 위해 애써온 검찰의 노고를 높이 평가한다. 동시에 이번 기회에 부정부패와 비리에 연루된 기자 뿐만아니라, 해당 신문사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지역주재기자제를 유지하는데는 신문사 경영수입에서 차지하는 이들의 비중을 의식한 본사 차원의 동조 내지 묵인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선 김제시 사례에서도 이를 확인한 바 있다.
넷째, 지역 언론사는 지역주재기자가 꼭 필요한 제도인지 재검토해야 해야 한다. 지역주재기자가 꼭 필요하다면, 현재의 채용방식 대신 공채를 통해 기자로서의 직업 정신이 살아 숨쉬는 인재들을 선발해야 한다. 순환근무제도의 도입과 지역주재기자들의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지역주재기자들이 실질적인 언론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지역 주재기자제도의 잘못된 관행과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지역 언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입증하는 행위이자 잃어버린 전북도민의 신뢰와 애정을 회복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지역주재기자의 부정부패와 비리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지역주재 기자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재 기자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 및 해결방안 모색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지역언론 비리신고센터 개설 및 지역투어 등을 통해 위험 수위에 달한 지역신문의 부정부패, 비리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07년 8월 9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권혁남, 장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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