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2022 성평등 컨퍼런스 미디어와 성평등: 젠더데스크가 불러온 변화들
지역 언론에서의 ‘젠더데스크’(젠더 이슈와 관련해 편집국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접수받고 전달하며,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하여 관련 기사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보직)는 가능할까요? 19일 ‘미디어와 성평등: 젠더데스크가 불러온 변화들’ 토론회(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가 열렸습니다. 시민단체, 연구원, 언론계, 기관 및 단체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계신 분들과 미디어 내 성평등을 논의했으며 이 자리를 계기로 지역 언론의 젠더 담론이 넓어지길 바랍니다.
토론회 주요 발언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남성 중심' 전북지역 언론들, ’젠더 데스크''성평등 저널리즘‘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 전국 < 미디어 < 기사본문 - 전북의소리 (jbsori.com)
”성평등 관점의 기사 작성되고 유통되려면 언론사 구조 개선, 언론인 관점 변화되어야“
주제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는 홍교훈 문화기획자, 소민정 전남CBS 보도제작국장, 김미진 전북도민일보 기자, 김아연 전주MBC 기자가 참여해 현실적인 문제점과 대안들을 제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사진=전북민언련 제공)
이날 두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홍교훈 문화기획자는 ”성평등 관점의 기사가 작성되고 유통되려면 언론사 구조 개선과 언론인의 관점이 변화되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성불평등 기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성평등 관점으로 쓰여진 기사를 요구하는 독자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독자층을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해서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독자를 모아서 성평등 관점을 가진 독자층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 또는 창구 마련을 해야 할 것“이라며 ”독자층 발굴과 함께 성평등 관점을 가진 전문인력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좌표 찍히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여성주의 흩뿌리기, 고민과 성찰 필요한 때“
이어 토론에 나선 소민정 전남CBS 보도제작국장은 ’좌표 찍히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여성주의 흩뿌리기‘란 주제와 함께 전북과 전남지역 언론의 다앙한 사례를 들어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소 국장이 이날 토론에서 던진 화두는 ’지역 언론사의 잇따른 퇴사를 여성주의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점 외에 ’젠더 데스크 역할과 기능에 대한 현 시대적 해석‘, ’생산 현장에서의 경험 사례: 여성 진행자의 양적 분석과 담론 분석/여수시청 직원 성추행 사건/ 농촌지역에서의 70대 여성 성희롱 사건‘, ’젠더 데스크의 한계와 흩뿌리기‘ 등 크게 4가지로 나누어 함께 고민하고 성찰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북지역 언론 ‘젠더 데스크’, 아직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대안은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미진 전북도민일보 기자는 ”전북지역 언론 ‘젠더 데스크’, 그린 라이트 가능할까?“란 질문을 던지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불가능하다"고 답을 던진 뒤 ”불행하게도 10년 차 미만의 젊은 기자가 매우 부족한 지역 언론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지역 언론은 허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김 기자는 ”각 사마다 활동력 있게 움직일 수 있는 7~10년 차의 젊은 기자가 매우 귀하다“며 ”이러한 지역 언론의 구조적 빈곤 속에서 수평적인 관계로 관련 기사들을 게이트키핑하는 젠더 데스크 혹은 젠더 담당기자의 배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기자는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또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라면서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우리는 지역에 대한 편견을 해소 시켜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다. ‘젠더 데스크’의 필요성을 담은 이슈를 띄워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일상생활 속 성차별 개선 위해 지역 내 젠더 네크워크 활성화 우선돼야"
그러나 ”문제는 기자들의 성인지감수성을 견인할 ‘젠더 데스크’의 고지를 달성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 김 기자는 ”우선 젠더 담당 기자가 앞장서 활동을 시작해야 할 텐데 한 명의 기자가 다수의 분야와 출입처를 동시다발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또 하나의 일만 추가되는 형국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여기에 지역 사회에는 젠더 담당 기자가 중심에 두고 취재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부처나 행정, 지역사회의 여타의 기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젠더 문제의 중요성을 끌고 나가기 애매하게 만드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고 현실을 개탄했다. 그러면서 김 기자는 ”결국 미디어를 바꿀 수 있는 것, 미디어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밖에 없다“며 ”일상생활 속 성차별 개선을 위해 지역 내 젠더 네크워크의 활성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대안으로 ”단기적으로는 성평등 관점에서 지역신문을 읽어볼 수 있는 시민발굴단 등을 운영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꾀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발언이 모여 조그마한 틈이 만들어진다면, 우리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전통, 가치, 규칙 등의 내면 가부장의 민낯에 균열을 일으키고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여성 시청자 고려한 보도를 하고 있는가?, 여성이 처한 차별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가?...반성부터“
이날 마지막으로 ‘지역방송과 성평증 저널리즘’을 주제로 토론에 나선 김아연 전주MBC기자는 ”문제는 뉴스룸 구성 그 자체“라고 전제한 뒤 ”전북지역 방송 3사 뉴스룸 성별 분포는 현업 인원 기준으로(타 부서 발령 등 미포함) 전주MBC 13명 중 2명, JTV 11명 중 0명, KBS전주총국 18명 중 4명이며, 영상기자는 전주MBC 1명을 제외하면 전무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기자는 ”문제는 개인의 역량과 관심에 성평등 보도에 대한 성패를 맡기는 현실“이라며 ”출입처 중심 운영과 사회부가 다루는 여러 주제 가운데 하나라는 점, 젠더 데스크와 젠더 담당 기자는 고사하고 1인 다역 시스템인 구조적 한계가 작용한다“고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기자는 이어 ”우리가 반성할 대목은 ‘도내 여성 시청자를 고려한 보도를 하고 있는가?, ’도내 여성이 처한 구조적·임금 차별 문제 등을 드러내고 있는가?‘ 등이며, ’50대, 남성, 민주당' 등을 탈피하지 못하는 현실, 뉴스 취재원, 인터뷰이의 특정 성별 쏠림, 나아가지 못하는 주제들, 가령 성평등, 문화, 환경 등을 들 수 있다“고 밝힌 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성평등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전북의소리(http://www.jbsori.com)
젠더데스크, 지역언론에서도 가능할까 < 사회 < 윤유경 기자 - 미디어오늘 (mediatoday.co.kr)
지역에는 부족한 기본 인력과 재정, 여전히 여성 의제 발굴에 소극적인 분위기 등 젠더 보도에 있어서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래서 지역에는 더욱 젠더데스크의 역할이 필요하다.
‘젠더데스크’를 논의할 때 지역 언론의 가장 큰 한계는 ‘인력 부족’이다. 지역 언론에는 ‘허리’ 역할을 맡을 10년 차 미만의 젊은 기자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김미진 기자는 “전북지역에서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인 우리신문만을 보아도 20~30년차의 선배들과 1~2년 차의 짧은 경력의 기자들이 편집국이 무너지지 않도록 근근이 버티고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유가 부수가 적은 신문사들로 가면 더욱 심각하다. 김미진 기자는 “이러한 지역 언론의 구조적 빈곤 속에서 수평적인 관계로 관련 기사들을 게이트키핑하는 젠더 데스크 혹은 젠더 담당기자의 배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역 사회는 젠더 담당 기자가 중심에 두고 취재활동을 펼칠 수 있는 부처나 행정, 지역사회의 여타 기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젠더 문제의 중요성을 끌고 나가기 애매하게 만드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여성 언론인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김아연 전주MBC 기자가 설명한 전북지역 지역방송 3사 뉴스룸 성별 분포를 보면, 여성기자의 비율이 전주MBC는 13명 중 2명, JTV는 11명 중 0명, KBS 전주총국은 18명 중 4명에 불과하다. 영상기자는 전주MBC 1명뿐이다. 소민정 전남CBS 보도제작국장은 “신입사원을 가뭄에 콩난 듯이 뽑는데, 여성 인력을 여전히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주화 전북민언련 사무처장도 “지역 언론에서는 기자에서 임원까지 남성 중심의 임원구조와 권력 지향적 보수화가 강화되어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의제 발제하기 어려운 지역의 보수적 분위기
지역언론은 여전히 여성 관련 의제 발굴에 소극적인 분위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손주화 처장은 “지역에서는 주류 위주의 뉴스 가치 잣대로 사회적 약자 관련 의제를 뉴스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흐름에 비판적, 기존 질서 수용적 태도가 강하다. 지역 여성 독자의 유입을 방해하고 낮은 신뢰를 형성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역에서는 1차원적인 지적을 변화시키는 것도 힘든 상황”며 “성폭력 보도에 있어서도 여전히 가해자의 말을 두둔하고 남성적인 시각을 대변하는 보도들, 피해를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보도들이 데스킹에서 걸러지지 못하며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김아연 기자도 “지역사회에서는 특히 성폭력 사건이 은폐, 호도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아연 기자는 “또 문제는 개개인 기자의 역량과 관심에 성 평등 보도에 대한 성패를 맡기는 현실”이라며 “출입처 중심으로 운영이 되다보니까, 여성 관련 주제들도 사회부가 다루는 여러 주제 가운데 하나가 되고, 적극적으로 발제하기보다는 해도되고 안해도되는 것이 된다”고 했다. 아울러 “(지역언론이) 도내 여성이 처한 구조적 문제, 임금 차별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등 여성 시청자를 고려한 보도를 하고 있는가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제든 없어질 수 있는 젠더데스크,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2019년 5월 신설된 한겨레신문 젠더데스크 보직을 2020년부터 현재까지 맡아오고 있는 이정연 기자는 “젠더데스크가 있다고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젠더데스크도 젠더팀도 언제든 없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가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 개인의 학습이 없는 채로 기자 구성원들이 남아있다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보도 문제들이 해결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일부 언론의 편중된 변화가 아닌, 언론이 다함께 변화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성평등 관점을 가진 독자와 취재원 확보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20년간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해온 홍교훈 문화기획자는 “성평등 관점의 기사가 작성되고 유통되려면 언론사 구조 개선과 언론인의 관점이 변화되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성불평등 기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성평등 관점으로 쓰여진 기사를 요구하는 독자층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3월부터 운영된 전북거점형 양성평등지원센터(여성가족부, 전라북도)에서는 성평등 문화학교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중문화, 연극, 웹툰, 언론미디어를 성평등 관점에서 읽고 분석하는 식이다. 홍교훈 기획자는 “(해당 교육은) 성평등 미디어 및 문화에 관심 있는 지역주민을 발굴하고 모아 내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각자의 활동 영역에서 성평등 관점을 담아내거나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개별 주체가 지역 단위로 모아질 때 가지는 힘은 이후 지역에서 발생하는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필요하다”고 했다.
김미진 기자도 “밖에서 계속 언론을 자극시키지 않는 한 중요성을 간과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미디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밖에 없다. 일상생활 속 성차별 개선을 위해 지역 내 젠더네트워크의 활성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젠더 관련 이슈와 여러 의제들을 만들거나 모을 수 있는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조직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면 언론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역에서는 실제로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령, 청주 여성주의 운동 단체인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장우정 발행인은 6.1 충북 지방선거 기간 ‘다른시선’이라는 페이지를 만들었다. ‘다른시선’은 기후위기, 노동, 여성, 인권, 공동체 등의 의제를 지역의 눈으로 담았다. 충북민언련은 청주시와 함께 ‘청주여성시민신문’을 창간했다. 여성의 이야기와 신문 만들기에 관심있는 누구나 기자단으로 지원받아 지역의 이야기와 소외된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신문이다.
옥천지역의 잡지 ‘월간 옥이네’는 ‘여성로컬미디어주간’을 기획했다. 해당 주간을 통해 참가자들은 여성이 어떻게 공동체와 관계를 맺어가는지, 로컬미디어는 어떻게 지역사회를 활기차게 만들어가는지 일주일간 압축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손주화 처장은 “월간 옥이네 편집국장과 대화화던 중, 젠더데스크를 따로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미 의제 설정 과정에서 여성, 이주민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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