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박미석 사퇴’로 끝낼 생각 말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이후 ‘농지법 위반’ 사실이 드러난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27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나아가 재산형성 과정에 의혹이 일고 있는 이동관 대변인,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봉화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등 다른 고위 공직자들도 명명백백하게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다면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박 수석 한 사람의 사퇴로 다른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의혹까지 덮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언론들은 의혹 실체를 밝히는데 적극 나서야 함은 물론 정부가 당사자들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묻도록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직후부터 ‘의혹검증’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동아?중앙일보, 그리고 박미석 수석의 의혹에 대해서는 그나마 상세히 다뤘던 조선일보 등은 박 수석이 사퇴 의사를 밝히자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28일 동아?중앙?조선일보는 박 수석의 사퇴와 관련해 모두 1면에 기사를 싣고, 각각 <청 “시간 더 끌면 여권 전체 타격” 불끄기>, <여당까지 등 돌려…두 달 만에 하차한 박 수석>, <청와대, 박 수석 사의에 “휴~”> 등의 관련기사를 통해 박 수석의 사퇴만 집중 부각시켰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지도부도 이날 밤 박 수석의 사퇴 소식을 전해 듣고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제 다른 사람은 더 없어야지. 자꾸 다른 사람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라고 했다”며 박 수석의 사퇴로 상황을 정리하려는 정부여당의 목소리에 비중을 두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아예 기사의 소제목을 “청와대, ‘박 수석비서관으로 마무리됐으면…’”, “한나라당, ‘늦었지만 다행이다’”(이상 동아일보), “‘어려운 결정 내렸다’”(중앙일보) 등으로 달았다.
특히 동아일보는 사설 <박미석 수석, 내정에서 사의(辭意)까지 77일>에서 “이명박 정부는 박 수석 인사 실패를 자성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깊이 성찰하면서 다시는 이런 인사실패를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며 박 수석이 사퇴했으니 ‘그만 덮고 가자’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동아일보는 또 여타 인사들에 대한 의혹은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이 정도라면 처음 퇴진이 거론됐을 때 물러나게 했어야 옳았는데도 그냥 넘어가는 바람에 이 정부는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자초하고 말았다”, “사회정책수석 자리에 별 실적도 없는 40대 가정학 전공 교수가 내정된 것을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이라며 박 수석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박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이 처음 불거져 나왔을 때 ‘검증’은커녕 ‘감싸기’로 일관했던 동아일보가 이제와 ‘왜 그때 나가지 않았느냐’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비겁한 태도다.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의혹’들을 덮기 위해 ‘이미 죽은’ 박 수석만 뒤늦게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사설 <다른 수석들도 대통령 얘기 흘려듣지 말아야>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비서관회의에서 “자아를 관리할 수 있어야 청와대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고 말한 것을 인용, “그 자리에는 박 수석 외에도 재산문제로 의혹 대상이 된 다른 수석들도 앉아 있었다”고 다른 공직자들에 대한 의혹을 짧게 거론했다. 그러나 이 역시 “혹시 이번에 의혹의 시선을 비켜갈 수 있다고 해서 일이 끝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격을 뒤늦게나마 어떻게 갖춰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하는 데 불과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기사에서는 박 수석 외의 인사들에 대한 의혹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설 <‘강부자’ 논란, 인적 쇄신으로 수습해야>에서 “부친이 주도했다고는 하지만 토지매입과정에서 위장전입이 이뤄졌던 곽승준 국정기획수석과 김병국 외교안보수석도 물러나야 한다. 농지 매입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이봉화 복지부 차관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이들이 끝내 자진 사퇴를 거부한다면 해임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한겨레는 <‘거짓 자경확인서’ 박미석 결국 사퇴>와 <더 미루다간…‘제2 강부자 파문’ 조기진화 시도>에서 박 수석 사퇴 배경을 분석하는 한편, 다른 인사들의 의혹이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김병국 ‘아산땅 미스터리’>에서 김병국 수석이 자신의 아산땅을 동생에게 ‘매매’하면서도 ‘증여’한 것으로 하여 ‘양도소득세’ 대신 ‘증여세’를 낸 데 대해 ‘탈세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의혹을 상세히 다뤘다.
한겨레는 사설 <박미석 수석 사퇴로 끝날 일 아니다>에서 “박 수석의 사퇴는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며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공직 수행에 별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감싼 청와대에 대해 “청와대가 들끓는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의심될 정도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겨레는 이동관 대변인, 김병국?곽승준 수석, 이봉화 차관 등에 대해 “이들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경질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번 재산 공개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인사 검증 능력에 많은 문제가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책임자들을 교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청와대의 인사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다.
거듭 말하지만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의혹은 박미석 수석 한 명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 문제는 누구 한 사람이 ‘대표’로 물러난다고 해결될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박 수석의 사퇴를 국면 전환 ‘카드’로 쓰려고 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추락할 것이다.
수구보수신문들도 더 이상 부적격 인사들을 싸고 돌 일이 아니다. 최소한의 일관성을 갖고 모든 의혹 대상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도덕적 해이’에 빠진 이명박 정부가 더 이상 국민의 외면을 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길이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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