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고 부끄럽다
-전북중앙신문 익산주재기자의 폭력사건을 보며-
지역신문 기자가 공무원을 폭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2008년 4월 25일 오후 1시 30분경 익산시청에 출입하는 전북중앙신문 문성용 기자가 브리핑룸에 근무하는 시청 여직원에게 폭행을 가해 전치 2주의 부상을 입혔다. 그 뿐 아니다. 문성용 기자는 이 장면을 목격한 담당 계장이 강하게 항의하자 “얘가 네 딸이냐” 라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과 함께 심한 모욕을 주었다고 한다.
문성용 기자의 폭력 행위는 기자의 본분을 벗어난 행위로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문성용 기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와 전북도민에게 사죄하고 스스로 기자증을 반납해야 할 것이다. 전북중앙신문 역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엄중한 처벌과 문책을 단행해 이를 일벌백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이번 사태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넘어간다면 지역 사회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경찰과 검찰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문성용 기자의 몰상식한 폭력 행위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사명감 하나로 성실하게 기자 생활을 하고 있는 지역 신문 기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역신문의 신뢰도 하락도 불러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역 신문이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동업자 의식’ 때문일까? 지역 신문은 지역신문의 신뢰도 추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또한 브리핑룸의 운용실태에 대한 자성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시민의 정보 접근권 강화와 저널리즘 기능 확충을 위해 만들어진 브리핑룸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부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지역주재기자들이 브리핑룸을 담당하는 공무원을 ‘개인 비서’ 부리듯 한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기자실을 유지할 때와 마찬가지로 촌지제공이나 선물제공 등 지자체를 비롯한 주요 취재원과 기자단 사이의 유착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폭행사건도 큰 틀에서 브리핑룸의 왜곡된 운용과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취재원과 기자사이의 왜곡된 관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브리핑룸을 매개로 한 취재원과 지역 언론간의 유착의 고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지역신문 스스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행 브리핑룸 운용 실태에 대한 개혁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지역신문 기자의 자정 선언과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고사 위기에 직면한 지역신문이 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취재원에게도 당부한다. 지역 신문과 취재원은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최대한으로 보장하되, 자칫 언론 길들이기로 오해될 만한 부적절한 유착의 고리는 최대한 차단해야 할 것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브리핑룸을 통해 이루어지는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주요 취재원과 지역신문의 ‘부적적한 관계’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2008년 4월 29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권혁남, 장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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