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언론법안 합의, 국민기만이다
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언론 법안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한다’는 합의를 내놓았다. 한마디로 언론악법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짓밟는 합의다.
무엇보다 우리는 민주당이 끝까지 국민을 믿지 못하고 직권상정이라는 겁박에 굴복한 데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물론 언론악법을 밀어붙인 일차적 책임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그리고 김형오 의장에게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언론악법 강행처리의 시간과 명분만 벌어주는 합의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이 사태에 대해 민주당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합의를 어떻게 이용하려 들 것인지는 뻔하다. 한나라당은 사회적 ‘합의기구’가 아닌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기껏해야 100일의 시간을 끌다가 언론악법을 표결처리하자고 나설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끝까지 언론악법을 밀어붙인 핵심 이유는 ‘조중동 방송’을 만들어 여론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요하게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압박하고, 국회의장이 낸 중재안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한나라당이 100일 동안 ‘논의’를 거친다고 해서 ‘조중동방송’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우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촉구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기한을 정한 형식적인 논의기구가 아니었다. 언론법안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자는 것이었다. 100일은 기구구성을 논의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지금의 통합방송법은 1995년 본격 논의가 시작된 뒤, 98년 각계각층이 참여한 방송개혁위원회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그 틀을 만들고 99년 여야합의로 통과됐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는 방송제도를 고치려면 보통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신방겸영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2년에 걸쳐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백지화시켰고, 독일에서는 6년 동안 방송민영화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100일간의 사회적 논의’는 사실상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언론악법에 대한 합의 아닌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금산분리, 출총제 등 나머지 ‘MB악법’들은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되었다. 민주당의 목표가 고작 이것이었나? 거대야당의 악법처리를 표결로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진정성을 갖고 싸우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거부한 상태에서 언론악법이 직권상정 되었다면 그로 인해 벌어질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 그리고 김형오 의장이 져야 했다. 그 때 민주당이 할 일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게 언론악법 강행처리의 책임을 묻고, 자신들의 약속한 대로 ‘의원직을 걸고’ 국민과 함께 싸우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한 100일 논의 후 표결처리’에 합의함으로써 한나라당에게는 악법강행의 명분을 주고, 자신들은 악법통과의 책임을 나누어 졌다. 명색이 제1야당이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우리는 언론노동자, 제 시민사회단체, 언론악법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한나라당 언론악법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
이 경제위기에 조중동에게 방송을 나눠주는데만 혈안이 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정권과 거대여당의 압력에 굴복해 직권상정으로 소수야당을 ‘겁박’한 김형오 국회의장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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