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업 돈뜯기’의 진상 밝혀라
이명박 정권의 퇴행이 참으로 가관이다.
이번에는 청와대 행정관이 통신 3사 관계자들을 불러 특정 민간단체의 출연금 250억 원을 내도록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방송정보통신비서관실 박노익 행정관이 지난 8월 초 KT, SKT, LGT 대외협력담당 임원들을 불러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코디마)에 250억 원의 출연금을 내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코디마는 지난해 10월 ‘IPTV 사업 활성화’를 내세우며 만든 사업자단체로 통신사, 방송사 등 40여개 업체가 가입되어 있다. 이 단체의 회장인 김인규 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특보 출신으로, 지난해 정연주 사장 축출 음모가 벌어질 때 KBS사장 ‘일순위’ 후보였으며 지금은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그야말로 정권 실세다.
이번 일은 △민간단체 출연금을 청와대가 나서서 챙겼다는 점 △정치권력이 기업의 돈을 뜯어내는 데 동원됐다는 점 △문제의 민간단체 대표가 정권 최고 실세 중 한 명이라는 점 등에서 권위주의 정권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이 정권의 퇴행적 행태는 정권 실세를 위해 기업의 돈을 뜯어내려는 데에까지 나아간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어떻게든 사태를 덮으려고만 든다.
7일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논의된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청와대의 250억 기금 출연 종용을 부인하면서 “이 회의에서는 IPTV 컨텐츠 투자 확대, 가입자 확보 등 업계의 애로사항, 건의를 청취했고 이 과정에서 협회 관계자가 지난해 합의했던 기금의 조기조성을 건의했으나 회원사들 간에 의견이 나뉘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기금 조성이) 방송통신의 선진화와 IPTV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회원사들이 자체적으로 기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자발적으로 결정된 사안”이지만 “국제적 경제상황, 개별회사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기금모금이 잘 이뤄지지 않자 박 행정관이 이를 독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 행정관은 6일 한겨레신문과의 통화에서 “(기금 조성은) 작년부터 이야기해 온 것이다. 방통위에 근무할 때도 논의는 계속했다. 새해에 들어와서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까 내가 매듭을 지었어야 하니까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한다. 청와대 대변인, 박 행정관 본인 모두 사실상 ‘기금 압박’을 인정한 셈이다.
사업자단체에 불과한 코디마의 기금 조성에 청와대 행정관이 끼어든 자체가 상식의 선에서 설명되지 않는다. 박 행정관의 행위가 그저 ‘일개 행정관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금의 규모도 막대하다. 박 행정관이 방통위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사람인만큼 ‘청와대 윗선’의 개입 여부는 물론이고 방통위 차원의 개입 여부도 명명백백 밝혀야 할 일이다. 아울러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곳곳에서 벌이는 행태는 한마디로 ‘권력을 잡았으니 무슨 일이든 힘으로 찍어 누르고 문제가 되면 발뺌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사회를 어디까지 후퇴시킬 것인가? 권력이 기업을 압박해 이런 저런 돈을 뜯는 것이 도대체 어느 시절의 일인가?
청와대는 ‘눈가리고 아웅’ 하는 말바꾸기와 발뺌을 중단하라. 그리고 지금이라도 이번 사태의 진상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사과하라. 그것이 그나마 현명한 처사다. 어느 국민이 청와대가 내놓은 상식 밖의 발뺌을 믿을 것인가?<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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