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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성명·논평·기자회견

[논평] 고위 공직 후보자 ‘위장전입’ 관련 방송3사 메인뉴스 보도에 대한 논평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1. 5. 26.

방송3사 ‘위장전입 보도’, 너무 비겁하다
- ‘위장전입 현장’까지 추적하더니, MB정권 아래선 ‘고양이 앞에 쥐’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 민일영 대법관 후보,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 등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가 날마다 새롭게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위장전입은 고위 공직의 필수항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장전입에서 자유로운 후보를 찾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위장전입을 비롯한 후보자들의 도덕적 흠결에 대해 ‘자격 없음’을 주장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 기준은 순식간에 느슨해졌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그 중 빠뜨릴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언론들의 ‘방조’다. 참여정부 시절 고위 공직자들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며 ‘검증 보도’에 앞장섰던 언론들은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중동은 180도 바뀌어 ‘도덕성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 ‘흠결없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위장전입 소동은 이제 그만두자’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우리 단체 신문일일브리핑 9.15 참조) ‘말바꾸기’와 ‘이중잣대’가 특기인 이들 신문의 태도는 어찌보면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방송마저 이렇게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이병순 체제 KBS의 ‘변신’은 충격적이다. 지금 방송3사 메인뉴스에서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거나, 의혹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찾기 힘들다. 투기 의혹을 캐기는커녕 후보자가 시인한 위장전입조차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참여정부 시절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위장전입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2005년 당시, 방송3사의 관련 보도를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 방송들은 위장전입의 현장까지 찾아가 투기 의혹을 파헤치고자 애썼다. 나아가 국민들이 공직자들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청와대가 ‘시대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표 참조)

KBS, 2005년 위장전입 ‘현장 추적’․‘청와대 책임’ 추궁…2009년 축소보도・물타기

2005년 KBS <뉴스9>는 고위 공직자는 “한 점 부끄럼이 없어야 한다”면서 국민들의 “높은 도덕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점 부끄럼 없어야>(김태선 기자/2005.3.19)는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과 이헌재 부총리의 잇따른 낙마 소식을 전하며 “청와대는 지난해 말 최 위원장의 인사 검증 단계에서 위장전입 건을 확인했지만 결정적 하자는 아니라고 봤다”며 “국민들의 높은 도덕적 요구를 결과적으로 따라 가지 못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과거에는 그냥 넘어갔던 관행들이 지금의 잣대로 문제가 되는 상황. 그 속에서 흠결 없는 최적의 인물을 뽑아내는 작업. 어려운 일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사실여부 끝까지>(박상용 기자/2005.3.28)는 고위공직자들이 여러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정부가 진상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이 수차례 제기된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의 경우는 조사가 흐지부지되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경우 사퇴만 하면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돼 온 관행을 바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억울한 것은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범법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처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주장까지 폈다.
<반칙하면 이제는>(김태선 기자/2005.3.7)에서는 이헌재 부총리의 낙마소식을 전하며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판했다. 보도는 “최근의 인사난맥은 고위 공직자의 윤리에 대한 국민들의 도덕적 기준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엄격해진 반면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과 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의 여론수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의문”이라며 “빗발치는 여론에도 감싸기로 일관했고 사후 검증과 실상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위장전입 투기 의혹>(이영섭 기자/2005.2.28)에서는 이헌재 부총리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을 다루며 해당 지역을 직접 찾았다. 특히, 이 부총리 부인이 살았던 것으로 되어 있는 집 안팎을 화면으로 자세하게 비추며 “당시 재무부 금융정책심의관을 지냈던 이 부총리의 부인이 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집이지만 등기부등본상에는 진 씨의 주소지가 지월리 409번지로 돼 있다”고 꼬집고, 30년 넘게 그 집에 살았다는 주민 인터뷰도 실었다.

이랬던 KBS가 지금 불거지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의 의혹 제기 가운데 일부를 단순 전달하면서,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 ‘인정’, ‘사과’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KBS는 9월 12일 <위장 전입 시인>(김병용 기자)에서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와 민일영 대법관 후보가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고 단순 전달했다.
14일 <위장 전입 인정>(김덕원 기자)에서는 민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보다, 뜬금없이 우리법연구회를 거론하며 일부 법조인들을 향해 색깔공세를 편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을 더 부각했다.
17일 <위장전입…사과>(김기현 기자)는 이 후보자가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전하고, 아파트 두 채의 차명등기 의혹으로 논란이 빚어졌다고 청문회 상황을 단순 전달했다.

SBS, 2005년 “국민정서가 용납안해” … 2009년 ‘야당 의혹제기’ 단순 전달

SBS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SBS <8시뉴스>는 2005년 이헌재 부총리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투기와 전쟁을 벌이겠다는 경제수장이 땅으로 거액을 벌었다는 걸 국민 정서는 용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눈높이 바뀌어야”>(방문신 기자/2005.3.19)에서는 “여론몰이식 의혹제기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공직자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이라고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이 높아졌음을 강조했다.
<사퇴가 남긴 것>(고철종 기자/2005.3.7)에서는 이헌재 부총리의 사퇴 사실을 전하며 “20여 년 전의 부동산 매입을 투기로 보는 것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문제는 그 주인공이 경제수장이란 점”, “설령 투기가 아닌 투자라 하더라도 투기와 전쟁을 벌이겠다는 경제수장이 땅으로 거액을 벌었다는 걸 국민 정서는 용납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파문을 계기로 고위 공직자들은 국민들로부터 더 높은 투명성과 도덕성을 요구 받게 될 전망”이라고 지적한 뒤, “이 부총리가 투기만은 하지 않았다는 사퇴의 변을 남겼지만 풀리지 않은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게 현실”이라고 ‘철저한 의혹 규명’을 언급했다.
<위장전입 시인>(남주현 기자/2005.3.18)에서는 최영도 위원장 아들의 명의로 된 땅을 직접 보여줬고, <위장전입? 말 없는 부총리>(한승희 기자/2005.3.7)에서도 이 부총리 부인이 매입한 지월리 409번지를 찾아가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집주인 인터뷰를 실었다.

그러나 지금 SBS <8시뉴스>는 제기된 의혹의 일부를 단순 전달할 뿐이다.
13일 <‘철저 검증’ 예고>(허윤석 기자)에서는 후보자들을 둘러싼 의혹을 열거하며 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을 언급했다. 14일 <위장 전입 사과>(심영구 기자)에서도 민 후보자 부부의 위장전입 의혹을 다룬 청문회 내용을 전하는데 그쳤다.
17일 <차명보유 의혹 추궁>(김호선 기자)은 이귀남 후보자에게 아파트 차명거래 의혹 등이 제기됐다며 청문회 내용을 전하고,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아들의 고교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은 인정하고 거듭 사과했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MBC, 2005년 “흠있는 사람 안된다는 시대적 요청”… 2009년 날선 비판 없이 ‘어물쩍’

MBC의 경우 KBS나 SBS에 비해 후보자들의 의혹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역시 2005년에 비하면 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05년 MBC는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낙마 소식을 전하며 ‘도덕성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주장하고,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높아진 윤리기준>(이장석 기자/2005.3.18)은 “우리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우리 사회가 공직에 대해 더욱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급류에 쓸려가는 장수를 구할 수는 없었다. 그 급류는 바로 재산형성에 흠이 있는 사람은 더 이상 공직사회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인사검증 비판대>(이재훈 기자/2005.3.19)에서도 “국민들의 도덕성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인사검증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재검토를 지적했다.
<의혹 해명 못해>(이성일 기자/2005.2.28)에서는 이헌재 부총리가 땅투기 의혹을 부인하자 “시민단체는 고위 공직자들이 여러 차례 부동산을 사고팔며 수십억 원의 차익을 남긴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며 “명확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하고 만약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인터뷰를 실었다.
<부인 땅투기 의혹>(노재필 기자/2005.2.28)은 이 부총리 부인이 땅을 사고 주소를 이전했던 지월리 409번지를 찾아가 ‘30년 전부터 살았다’는 집 주인 인터뷰를 실었다. <땅투기 의혹>(이해인 기자/2005.3.1)에서는 최영도 위원장의 부인이 구입한 용인시 오산리 농지를 보여주고 ‘최 위원장 가족이 살았다는 말은 못 들었다’는 주민 인터뷰를 실었다.

그러나 2009년 MBC는 과거와 같은 비판적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을 따지거나 위장전입의 현장을 찾아 투기의혹을 추적하는 등의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MBC는 9월 12일 단신 <위장전입 사과>와 13일 <청문회 정국..긴장>(이세옥 기자)에서 임태희 후보자와 이귀남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을 간단하게 다뤘다.
그나마 14일 <위장전입 사과>(이정신 기자)에서는 민 후보자의 아내 박선영 의원이 사원아파트를 분양받고 파는 과정에서 수 차례 위장전입을 했고, 민 후보자 역시 위장전입을 했다며 그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이중잣대’ 논란>(박성호 기자)에서는 위장전입 문제에 대한 여야의 달라진 잣대를 꼬집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위장전입 등으로 도덕적 문제가 제기된 고위공직 후보자 다수가 낙마한 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되었다는 사실은 제대로 지적하지 않아, ‘여야 모두 이중 잣대’라는 지적에 그쳤을 뿐이다.
17일 <‘부동산 투기’ 논란>(조효정 기자)에서는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가족명의의 차명거래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 다운계약서 작성 등 청문회 내용을 전했다. 이어 이 후보가 “아들의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에 대해선 거듭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방송3사에 엄중하게 묻는다.
언론탄압 하지 않는 정권, 힘없는 정권에는 ‘높은 도덕성’,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촉구하면서, 탄압하고 찍어 누르는 이명박 정권에는 몸을 낮춘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는가?
기자들에게도 묻는다.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이 시대정신이라 말하고, 사퇴를 하더라도 범법은 끝까지 추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하던 그 기자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인사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청와대를 비판하고, 시민단체의 비판 목소리를 전하며, 현장을 뛰면서 위장전입 의혹을 파헤치던 기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부당한 압력, 부당한 탄압에 맞서지 않는 것도 언론인으로서 직무유기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자격 없는 공직자와 그들을 밀어주는 이 정권을 제대로 비판하라. 그리고 그런 보도로 인해 정권으로부터 탄압받는다면 당당하게 맞서 싸우라. 그것이 방송의 책임, 언론인의 책임이다. 이 책임을 저버린다면 이명박 정권 5년의 역사는 ‘방송 굴욕의 역사’로 남을 것이며, 여기에 순응한 사람들 모두 냉정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권력 앞에 고개 숙인 이른바 ‘공영방송’, ‘지상파 방송’의 초라한 모습이 참으로 비겁해 보인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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