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청 돈 봉투 사건에 대한 지역언론의 적극보도를 촉구한다
전북도청 공보관의 돈 봉투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와 언론과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이번 돈 봉투 사건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안의 무게가 크다. 공보관 자리를 물러난 후 뿌린 돈 봉투라고는 하지만 김완주 도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공보관이 김완주 도지사의 재선 출마 선언일에 맞춰 돈 봉투를 돌렸다는 사실은 ‘지방선거용’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돈 봉투 사건은 지방선거의 판세를 좌우할 만큼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사안이다. 따라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게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봉투 사건을 대하는 지역언론의 보도 태도는 우려스럽다. 돈 봉투 사건을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각에서는 지역방송과 지역신문 모두 돈 봉투 사건을 축소 보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일부 지역언론은 아예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언론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돈 봉투 사건의 파장을 축소시키려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전북민언련이 돈봉투 사건에 대한 지역 언론의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 지역신문 모니터 결과
특히 지역신문의 보도 태도는 실망스럽다.
돈 봉투 사건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보도한 신문은 새전북신문이었다. 새전북신문은 3월 15일자 박스기사 <기자에 돈봉투 살포 파문>(6면)과 <선거용인가 VS 전별금인가>(6면)을 통해 지역신문 가운데 가장 비중있고 자세하게 돈 봉투 사건을 다루고 있다. 또 3월 18일자 <돈 돌려준 기자들 불입건 검토>(6면)과 <정당-시민단체 비난 성명>(6면)을 통해 검찰의 수사 확대 소식과 지역 정당과 시민사회의 반응을 다루었다.
그러나 전북일보는 3월 15일자 <검찰, 도청 사무실 압수수색>(6면)을 통해 돈 봉투 사건을 단신 보도했다. 또한 같은 날 <도청 간부 ‘돈 봉투 전달’ 비판 잇따라>(4면)은 정당의 비난 성명 소식을 전하는데 불과했다.
전북도민일보 역시 3월 15일 <검찰, 전북도청 공보과 압수 수색>(5면)을 통해 단신으로 돈 봉투 사건을 전한 데 이어, 3월 16일 <“김완주 스스로 물러나야” : 정균환ㆍ유종일 후보 ‘돈봉투’ 사건 강공>(3면)을 통해 도지사 예비후보들의 비난 성명만을 보도했다.
전북중앙신문은 <전주지검 “‘도청 촌지 사건’ 법-원칙따라 수사”>(6면)를 통해 검찰의 수사 의지를 전하는 선에서 단신 처리했는데, 전북중앙신문은 사건의 개요와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전라일보는 돈 봉투 사건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이렇듯, 대부분의 지역신문은 돈봉투 사건 보도에 대단히 소극적이었다. 지역신문의 축소 보도 의혹은 사건 자체에 대한 보도에 그치지 않는다. 돈 봉투 사건이 불거진 후, 여러 정당과 시민사회의 비난 성명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단일 사안에 대해 정당과 시민사회의 비난 성명이 쏟아지는 게 흔치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지역 신문은 폭포수 같이 쏟아진 비난 성명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뉴스가치’를 정하는 것은 언론사의 권리다. 하지만 사안의 무게에 견주어 볼 때 이는 명백한 지역신문의 직무유기라 할 것이다.
■ 지역방송 모니터 결과
지역방송 가운데 그래도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보도 한 곳은 전주KBS였다. 전주KBS는 전북도청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3월 12일 저녁 9시 뉴스에서 기자 리포팅을 통한 첫 꼭지로 돈 봉투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었다. 전주KBS는 13일과 15일 저녁 9시 뉴스에서도 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했으며, 방송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역시민단체의 성명서를 인용 보도했다.
전주MBC는 12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저녁 9시 뉴스에서 이 소식을 다루었으며, 기자 리포팅 없는 앵커 멘트로 처리했다.
JTV전주방송은 13일자 저녁 8시 뉴스에서 전주 KCC이지스의 농구 경기 소식에 이어 두 번째 꼭지로 이 사건을 보도했으며, 14일자 저녁 8시 뉴스에서는 정치권의 비난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JTV 역시 기자 리포팅은 없었다.
전북도청 돈 봉투 사건을 보는 시각도 방송사별로 상이했다.
전주KBS는 12일자 보도에서 돈 봉투 사건과 지방선거와의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검찰의 입장과 단순한 전별금에 불과하다는 공보관의 입장을 모두 소개했다.
JTV전주방송 역시 13일자 방송에서 검찰이 지방선거와 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한편 14일자 방송에서 공보관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반해 전주MBC는 두 차례 방송에서 모두 전북도청과 공보관의 말을 빌려, 단순한 ‘전별금’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한 특징을 보였다.
■ 지역언론의 보도 엄중 감시할 터
현재 지역 언론은 검찰의 입만 바라보고 있을 뿐 자체 취재를 통해 돈 봉투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역언론의 그런 소극적인 자세는 그간 지자체와 지역 언론 사이에 형성되어 왔던 이른바 ‘부적절한 관행’이 낳은 산물이라 할 것이다. 특히 지역언론 기자마저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돈 봉투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이만 저만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이 돈 봉투 사건을 축소 보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데스크의 압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취재 기자가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기사를 작성해도 데스크에서 이루어지는 가위질로 돈 봉투 사건 관련 기사가 축소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데스크가 앞장서서 지방자치단체와의 유착에 앞장서고 나아가 지역신문의 신뢰 하락을 부추기는 격이기 때문이다.
과거 여러 차례 180만 전북 도민을 실망시켰던 지역언론이 또 다시 도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돈 봉투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지역언론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필요한 때이다. 전북민언련은 돈 봉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지역언론의 보도 자세와 내용을 계속적으로 예의 주시할 것이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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