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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성명·논평·기자회견

[기자회견문 ]영원한 기레기가 된 우리를 규탄합니다 (20150415)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15. 4. 16.

[기자회견문]


영원한 기레기가 된 우리를 규탄합니다




다시 그날, 4월 16일입니다. 상황은 하나도 바뀐 게 없습니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국가는 온갖 거짓말을 쏟아내고 있고, 무능한 정권은 진상을 계속해 회피합니다. 경찰 공권력은 분노하는 여론을 무단으로 짓밟으며, 능멸하는 보수우익은 슬픔의 유가족들을 야수적으로 조롱하고 있습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죽음들이 깊은 바다 속에 갇혀있고, 선체의 인양은 한참 요원하기만 합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실망을 넘어, 절망입니다. 




광장과 거리의 피해자 유가족들은 더 이상 슬퍼할 수가 없습니다. 절망하고, 분노합니다. 걷고 외치고 쓰러지며, 그러면서 행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외면의 벽은 더욱 강고해지기만 합니다. 무력(武力)으로 우리의 무력(無力)을 조장하려 듭니다. 억장이 무너질 일입니다. 우리도 똑같습니다. 단 하나 바뀐 게 없는 현실, 바꾸고자 하지 않는 권력, 바뀔 수 없는 체제에 지극한 환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레기 체제도 일 년 동안 바뀌지 않은 재난의 현장입니다.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부끄럽다 외쳤습니다. 기레기가 되어서 미안했다고, 다시는 기레기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장을 찾고, 진실을 쫒으며, 진상을 밝히겠다는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공염불 이후 우리가 본 것은 여전히 기만적인 기레기 짓이었습니다. 쓰레기 같은 뉴스와 보도, 해설, 아니 선전과 겁박의 수사들이었습니다.




1년 동안 언론매체는 세월호의 진실을 전혀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단 하나도 스스로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정부기관의 정보만 유포하기에 바쁘고, 현장에 발사되는 경찰폭력을 축소보도하기에 분주하며, 분노하는 유가족과 절망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옮기지 않습니다. 세월호 집회에 공영방송의 카메라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1년 전과 똑같습니다. 기레기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체제에 철저하게 길들여져 있기에,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가만히 있는 기레기 언론매체입니다. 조중동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죽이는 여론조작의 짓만 계속해 왔습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KBS, 현실을 왜곡하는 MBC에 대해서도 우리는 정말 분노를 금치 못합니다. 죽은 저널리즘, 추방된 저널리스트들의 자리에 너무나 한심스러운 거짓 뉴스들이 판을 칩니다. 형식적으로 1주기에 맞춰 생색내기에 바쁩니다.




어찌 이러한 현실을 그들 기레기들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겠습니까. 기레기가 되어버린 우리, 그런 기레기들을 청산하지 못한 우리, 그런 기레기의 시절을 방관하는 우리를 규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못났고 잘못되었습니다. 바뀌지 않고, 바꾸지 못한 우리가 악몽같은 세월호의 시간을 이렇게 1년이나 끌고 왔습니다. 우리를 규탄합니다. 우리를 기레기라 규탄해 주십시오.




수많은, 세월호의 비참을 담은 얼굴들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없이 많은 기레기들의 수치를 새긴 얼굴들도 있습니다. 앞의 얼굴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뒤의 얼굴에 침을 뱉어주십시오. 돈과 권력을 갖고 있기에, 윤리와 명예를 위반했기에, 더욱 준엄하게 고발되어야 하는 우리 기레기들입니다. 결코 지워지지 않을 역사 속에 그 부끄러운 초상을 정확하게 새겨둬야 합니다.




세월호를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이 못난 짓, 타락한 기레기의 나쁜 짓을 잊지 않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기레기 짓 밖에 할 수 없도록 지시하고 명령하는 언론사 안팎의 권력들, 기회주의자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재난은 따지고 보면 바로 이들이 이 땅의 언론자유, 미디어 공공성, 공영방송, 저널리즘을 철저하게 짓밟아 버렸기에 벌어진 일이 아니겠습니까? 재난은 사회적 기본 해체, 공공성 파괴의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월호 그 재난의 현장에도 자기 목숨까지 버리고 남에게 손 내민 의인들이 있었듯이, 기레기들 무리 속에서도 진상을 밝히고 진실을 추격하기 위해 저널리스트로서, 시민으로서, 인간으로서 분투한 언론인들이 있었습니다. 이들과 함께 우리는 대한민국의 희망 찾기를 끝까지 할 것입니다. 언론자유를 회복하고, 미디어 공공성을 복구하며, 목 잘린 저널리스트들을 되찾아, 이 땅을 희망의 사회로 다시 만들어 놓겠습니다.




세월호 1주년, 오늘, 우리는 이렇게 다시 결연히 약속합니다. 부끄러운 짓을 참회하면서, 또 다시 부끄럽게도 약속합니다. 기레기 신세를 청산하겠습니다. 기레기의 벽을 무너뜨리겠습니다. 기레기의 폭력을 정리하겠습니다. 기레기로 남으려는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고 계속해서 규탄하겠습니다. 기레기들이 판을 치는 이 저열한 언론판을 희망의 사회로 만들어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끝)






2015년 4월 15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자연합회,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대위,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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