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신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나누던 이 인사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시절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마스크는 이제 집 나설 때 꼭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 되었고, 손 씻기와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기본 수칙이 되었습니다. 등교가 미루어지고, 각종 모임과 회합도 자제해야 하는 비대면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저녁이 있는 삶을 코로나가 가져다주었다”고도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인포데믹(infordemic)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포데믹은 이른바 정보전염병입니다.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확산되면서 사회적 피해를 끼치는 것을 우려하는 용어입니다. 그 용어가 반영하듯 인포데믹은 재난 상황에서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 일상의 삶이 흔들리고 불안감이 커지면서 잘못된 정보, 왜곡된 정보, 불문명한 정보들이 빠르게 전파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소셜미디어 환경은 오염된 정보들을 급속하게 확산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위험 커뮤니케이션 관리 차원에서도 언론의 역할이 보다 더 중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언론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속보와 단독 보도 경쟁 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사실들을 전달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심각한 혐오 보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보수 언론들은 어떻게든 정부 대응을 폄훼하거나 훼방을 놓는 정파적 보도로 일관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때문에 언론이 또 하나의 바이러스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 언론의 ‘끗발’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민들이 더 이상 조중동 바이러스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보수 언론은 여전히 준동하고 있습니다.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과 취재원 협박 사건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총선 시기 여당 인사의 비리를 조작하여 선거 판도를 휘둘러보려고 했던 것이 이 사건의 정황입니다. 이를 위해 검찰과 보수 언론의 고리가 작동된 것입니다. 그러다 들통이 나자 기자 개인의 취재 윤리 위반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재점화되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의 문제와 기시감이 느껴집니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전 이사장을 파헤치는 모습도 그렇습니다. ‘딱 걸렸어’라는 가차저널리즘이 작동하며 사안을 어지럽게 만듭니다. 30여 년에 걸친 위안부 인권 운동과 노력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론을 빗대는 새로운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레기’의 진화 버전인 ‘기더기’라는 말이 보입니다. 한국 언론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현입니다. ‘기-승-전-언론’이라는 말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정파적, 기득권 옹호적, 냉전/분단 지향적 언론이 모든 문제의 결론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비판적 조어입니다.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역설이기도 합니다.
언론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과제입니다. 구체적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요구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허위조작정보, 가짜뉴스, 혐오 조장 등 사회적 해악을 일으키는 내용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묻자는 것입니다. 미디어교육의 중요성도 재삼 강조되고 있습니다. 미디어교육은 단기간의 효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언론 개혁을 위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21대 총선의 결과는 무엇보다도 친일·반공 이념에 기반한 꼴통 보수들의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라 평가됩니다. 그리고 촛불 정신을 이어 언론 개혁과 검찰 개혁을 힘 있게 진행하라는 국민의 뜻이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은 21대 국회에서 중점 추진할 3대 개혁 과제를 ‘국회 개혁’, ‘권력기관 개혁’, ‘교육 개혁’으로 선정했습니다. 언론 개혁이 빠진 것입니다. 언론 개혁은 정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이슈라며 제외된 것이라 합니다.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어처구니없는 판단입니다. 언론 개혁은 진영 논리가 아닙니다. 시대에 부응하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추어 건강한 공론장을 구성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구악을 정리하고 잘못된 언론 구조를 바로 잡자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언론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전북민언련은 꾸준히 그 길을 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북민언련의 역량이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2020년 <말하라> 여름호 '여는 말'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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