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체라디오 신규사업자 예비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05년 1기 사업자가 시범방송을 시작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전북지역에서도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와 전북민언련, 호남언론학회 등이 중심이 되어 공동체라디오 설립 작업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95년이다. 공보처가 선진방송 5개년 계획에서 지방화 시대에 적합한 미디어로 공동체 라디오를 발표하고, 이후 2005년 시범방송을 거쳐 2009년 정규방송을 시작했다. 당시 운영 허가를 받은 지역은 수도권의 관악, 마포, 분당과 충남 공주, 경북 영주, 대구 성서, 광주 북구, 전남 나주 등 모두 8곳이었다.
공동체라디오는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국에 1만 개 이상이 운영 중인데, 갈수록 그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개인 소유 방송국의 한 형태로 LPFM(low-power FM) 정책을 수행해왔으며, 영국 Ofcom 역시 지역 서비스의 핵심 매체로 공동체라디오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공동체방송과 관련한 가장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는 국가는 호주다. 호주는 1992년 방송서비스법을 통해 지역방송 서비스를 명시하였는데, 법 제15조에서는 지역방송 서비스의 개념을 상업방송과 유사한 방식으로 허가되지만, 면허신청자의 입찰가가 아니라 지역적 요구를 근거로 허가된다고 규정함으로써, 교육, 전문 음악방송, 그리고 특정지역 서비스를 추구하는 조직에게 허가한다. 즉, 다른 국가들의 지역방송서비스가 대개 공영방송이나 상업방송의 지역 서비스를 의미한다면, 호주에서는 공동체방송의 공공적 지역 서비스를 지역 서비스로 규정하는 셈이다. 물론 광범위한 범주에서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지역 서비스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동체방송의 지역주의의 주된 매체라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특이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정용준, 2006).
공동체방송정책은 비영리, 지역사회 소유와 운영, 지역사회 서비스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동체 미디어(Community Media)는 기존 주류 미디어의 대안적 역할로서 논의되어 왔다. 정치권력이나 기성 엘리트에 의해 통제되어온 공영 미디어나 자본에 의해 통제되어 온 상업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매체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커뮤니티 미디어를 단순히 주류 미디어에 저항적인 대안미디어의 틀에서 논의하는 것이 부적당하다는 인식과 함께 참여성, 임파워먼트(empowerment), 시민권(citizenship)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공동체성의 회복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참여와 소통을 매개로 한 공동체의 연대와 변화의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시민들의 접근을 보장하는 인터넷의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라디오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배경이다.
하지만 공동체미디어는 많은 경우 커뮤니티 구축 기능을 제공하지만, 반면 지역사회 헤게모니 투쟁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Kitty van Vuuren, 2009) 호주 브리즈번의 커뮤니티 라디오 방송국 ‘4ZZZ’에 대한 베른의 사례연구는 커뮤니티 미디어의 많은 경우는 커뮤니티 구축 기능을 제공하며 '공유', '참여', '협회', '교제'와 '공통의 믿음의 소유'같은 용어와 연결될 수 있지만(Carey, 1989 : Vuuren, 2009), 그러나 또한 '배제', '제어', '경쟁', '갈등과 '증오'와 같은 용어 역시 지역 사회 구축 과정에서 작동되며, 커뮤니티 미디어에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지역사회 공론장으로서의 커뮤니티 미디어가 반드시 해당 지역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동등한 접근을 허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룹 내부의 의사소통 구조와 지역사회의 접근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공동체미디어에서 핵심적인 가치 가운데 하는 지역 주민의 참여 여부다.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척도 가운데 하나가 운영구조의 개방성이다. 운영위원회 구성이 지역사회를 향해 열려있는지, 다양하고 이질적인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역의식을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통로로서 작동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열린 편성위원회 운영이 구체적 사례다.
다른 하나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정에 지역공동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특히 채널 액세스 등의 실현 여부가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지역 시민사회단체, 소수자 커뮤니티, 소수자 미디어 등에게 채널을 개방하고 있는지, 또한 실질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지원구조로서의 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는지 등이 평가 대상이다.
공동체라디오는 채널 하나가 추가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군별로 확산되고 있는 공동체마을신문과 방송 등 다양한 시민 미디어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기대할 만하다. 전북지역에도 조만간 공동체라디오가 설립되기를 희망한다.
※ 이 글은 2020년 <말하라> 가을호 미디어이슈 브리핑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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