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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 전주 방송, LG헬로 전북방송 출범과 지역 콘텐츠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20. 9. 25.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으로 전북지역 일부를 권역으로 하던 CJ헬로 전북방송과 티브로드 전주방송이 각각 SKB 전주방송, LG헬로 전북방송으로 모습이 바뀌어 새롭게 출범했다. 지역민 입장에서 대형 IPTV의 지역 케이블 방송 인수 합병이 지역 콘텐츠, 지역 언론 문화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와 함께 우려가 함께하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방송통신 융합 논의와 함께 1996년 텔레커뮤니케이션법 정비로 통신사업자의 케이블TV 사업 진입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도 이후 통신사업자가 위성방송, IPTV에 진출하게 되었고 케이블TV를 인수 합병하기에 이른 것이다. 방송과 통신은 그 매출 규모의 큰 차이와는 별도로 공익과 시장이라는 서로 다른 규제 철학을 배경으로 한다. 미디어 시장에서도 방송은 콘텐츠의 생산에, 통신은 콘텐츠의 유통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이다. 이런 특성상 통신서비스에서는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인수 합병이 지역 콘텐츠 제작, 유통에 활력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경제적 문화적 기반이 취약한 지역에서 지역 콘텐츠를 생산하고 지역방송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은 시장 경쟁보다 공익적 지원을 더 필요로 하는 형편이다. 힘의 불균형에서 오는 불공정한 게임과 경쟁은 지역 콘텐츠 시장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합병 후 IPTV가 콘텐츠 이용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돈이 되는 전국 규모 콘텐츠에 유통에만 관심을 둔다면 지역 콘텐츠 위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케이블TV는 출범이래 지역채널 하나를 별도 운영하고 지역밀착형 콘텐츠 제작과 편성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역사회 이웃들이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뉴스, 이슈, 토론, 문화 콘텐츠를 제작, 방송하여 지역공동체 유지 발전에 기여해 온 것이다.

 

 대형 IPTV와 중소 케이블TV 합병은 다른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면이 있다. 지역 콘텐츠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권역을 넓힌 지역 콘텐츠 제작, 유통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 거대 사업자가 많은 이윤을 창출하여 그 이윤의 일부를 공익 목적으로 사회 환원하는 방식으로 지역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일정 재원을 지원하는 방식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케이블 방송을 이용하던 지역민 입장에서는 합병으로 인터넷 전용선, 모바일 전화, 그리고 유료방송을 묶은 번들링 서비스로 보다 저렴한 가격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점 또한 혜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19 감염병의 어려움 가운데 재택 시간이 늘어나면서, 제도화된 방송의 형태가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방송 및 영상물을 제공하는 서비스인 OTT(over the top service) 서비스가 크게 늘어났다. 국내 넷플릭스 월간 이용자 수가 640만으로 급증했다. 방송광고진흥공사 예측에 따르면 2018년 1조 4,219억 원이던 지상파 방송의 광고 매출이 2020년에는 33.1% 감소한 9,500억 원 수준 정도에 머문다고 한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모바일 광고는 3조 6,618억 원 매출에서 거의 50% 증가한 5조 4,780억 원 규모로 급증하리라는 전망이다. 지상파를 비롯한 유료 방송의 기능과 역할이 크게 위축될 것을 전망할 수 있는 구체적 수치이다. 이러한 방송의 거대한 지각변동 틈새에서 이미 지역 방송은 더 큰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 지역 방송, 지역 콘텐츠는 규모의 경제, 시장 경쟁원리가 관철되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환경에서 함께 경쟁할 수 있는 단위가 아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OTT환경은 점점 더 글로벌한 콘텐츠나 전국적 콘텐츠 강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밀착형 마을 미디어 방송의 경우는 더욱 열악하다는 것은 지역민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내 방송 플랫폼의 대형화라는 시장과 정책의 움직임을 시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번 기회에 지역 콘텐츠 생산과 유통, 이용 문제를 시장과 공익을 어떻게 조화시켜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만들어 가고 제도화할지 함께 고민하고 그 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다행히도 합병 법인들이 기존 지역 케이블 방송이 해오던 지역 콘텐츠 제작 유통 생태계 조성 사업을 이어가고,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기금을 조성하여 지역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간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노력이 합병 초기 인사치레가 아니라 기업과 지역이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상식과 문화로 자리 잡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합병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한편 모바일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 지역 콘텐츠 제작과 유통, 이용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는 성공을 거두길 지역민 입장에서 간절히 기원한다.

이만제 전북민언련 이사/ 원광대 신방과 교수

※ 이 글은 2020년 <말하라> 가을호 여는 말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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