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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남녀칠세부동석, 시대 역행한 ‘독서실 남녀 구분’ 조례는 위헌 소지 있어(뉴스 피클 2022.02.23.)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22. 2. 23.

오늘의 전북민언련 뉴스 콕 !

지난 2월 13일, 전국적으로 소소한 주목을 받은 판결이 있었습니다. 독서실에서 성별을 구분해 따로 앉도록 규정한 전라북도의 조례가 독서실 운용자와 이용자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었습니다. 언론들은 ‘현대판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비유하며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독서실 현대판 남녀칠세부동석 조례 내용은?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蓆), 7살이 되면 남자와 여자가 한 공간에 같이 앉으면 안 된다고 알려진 유교 규범이죠. 유교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이와 같은 규범이 사라진 현재에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내용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형태로 남아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정확히는 ‘전라북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의 3조의 3 2호 조항입니다.

 

“열람실은 60제곱미터 이상으로 하되, 1제곱미터당 수용인원이 0.8명 이하가 되도록 하고, 남녀별로 좌석이 구분되도록 배열할 것. 다만, 이용자의 편의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칸막이를 하여 사용할 수 있다.”

 

또 같은 조례 시행규칙에서 위 조항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1차 위반은 ‘교습정지(10일 이상, 10일 단위)’, 2차 위반시에는 독서실 ‘등록말소’ 처분을 하도록 정해놨습니다.

1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해당 조례는 지난 1991년 3월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에는 출입문도 성별을 구분해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이후 공간 분리는 완화되고 성별 분리 조항만 남았는데, 지난 2017년 5월 해당 조항을 삭제한 충청남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같은 조례를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위헌 소지 있다는 판결까지

지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법적 다툼은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위 조례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주의 한 독서실이 10일 동안 교습정지 처분을 받았는데요, 독서실 측이 해당 조례 내용이 시대착오적이고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며 행정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반면 행정 처분을 한 전주교육지원청 측은 해당 조례 내용이 성범죄 예방을 위한 규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동일공간에서 좌석을 따로 배열한다고 범죄가 예방될 수 있는지 의문”, “상위법인 학원법에도 남녀 혼석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라고 판단하며, 1심에서는 독서실 측이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독서실 측이 패소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혼석하는 남녀 사이의 빈번한 대화나 행위로 다른 이용자들의 학습 분위기가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 혼석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구분해 배열하면 원치 않는 이성과의 불필요한 접촉 등을 차단하는 데 도움될 수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2월 22일 자 전주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편집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랐습니다. “독서실에서 남녀가 같이 앉으면 성범죄 우려가 커지고 학습 분위기까지 해친다는 주장은 불합리하고 근거도 부족하다. 학습분위기는 같은 성별끼리도 얼마든지 저해될 수 있다.”라고 지적한 뒤, 독서실에서 남녀가 어떻게 앉든 학습 방법의 선택권은 개인에게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전주교육지원청 측은 해당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북일보] 대법원 "독서실 남녀 좌석 구분 의무 조례는 자유침해"(2/13, 최정규)

[전주MBC] 대법원 "'독서실 남녀좌석 구분' 조례, 직업수행 자유 침해"(2/14)

[전주MBC] 독서실은 지금 조선시대?.. "'남녀부동석 조례'는 위헌"(2/22, 조수영)

[JTV] "'독서실 좌석 남녀 구분' 학원조례 무효"(2/14)

[한겨레] 21세기판 남녀칠세부동석 ‘독서실 혼석 금지’…대법 “성범죄 예방? 위헌”(2/13, 전광준)

 

#독서실 이용 성별 구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독서실 이용에 성별 좌석 구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판결 이후 지난 15일 전북일보는 독서실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취재해 보도했는데요, 현장에서는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성별 좌석 구분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습니다.

“혹여나 남녀 간의 애정행각 등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남성전용독서실, 여성전용독서실 등을 다니는 이들도 많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흡연자 비율이 높아 자주 자리를 이동하고, 냄새 등으로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등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좌석 구분 제한이 이루어지더라도 운용자와 이용자의 자율에 맡겨야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이나 조례를 통해 강제로 제한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서로 배려하며 독서실을 이용하는 문화를 정착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요?

 

[전북일보] 독서실 남녀혼석 규정 없앤다는 교육청⋯현장에선 '글쎄'(2/15,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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