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통위 없는 게 낫다
어제(1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일반위성방송사업자가 의무전송해야 하는 공익채널의 수를 6개에서 3개로 줄이기로 했다.
방송법은 SO와 위성방송사업자에게 방통위가 고시한 공익채널을 의무적으로 전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방송법 70조 8항) 유료방송이라 해도 최소한의 ‘공익성’ 의무를 부여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매년 ‘공익성 방송분야’를 선정하면 SO와 위성방송사업자는 각 분야에서 공익채널 1개 이상을 운영해왔다. 2007년 방송위, 2008년 방통위는 6개 공익성 방송분야에서 2개 이내의 공익채널을 선정했다. SO와 위성방송사업자들은 적어도 6개의 공익채널을 의무전송해야 했다는 뜻이다. 아날로그 케이블방송의 운영채널이 70개 정도일 때 6개의 공익채널을 전송한다면 그 비율은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수 백개의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위성방송의 경우는 그 비중이 더 낮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시중 체제의 방통위는 호시탐탐 의무전송 공익채널을 축소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더니 끝내 ‘공익성 방송분야’를 3개로 줄이고 분야별 채널수를 3개씩 선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O와 위성방송들은 각 분야에서 1개씩 즉, 3개의 공익채널만 의무전송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방송의 공익성은 어느 정도 항구성을 갖출 필요가 있음에 따라 기존 6개 분야의 전문편성 내용을 축소, 폐지하기보다는 핵심 3개 분야로 통합한 것"이라고 생색을 냈다.
방통위의 이번 의무전송 공익채널 축소는 방송업자들의 이익, 방송산업에 진출하려는 재벌과 족벌신문의 이익만 챙기는 행태다.
첫째, SO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전송해야 하는 공익채널을 줄인 것 자체가 방송의 공익성을 보장해야할 방통위의 역할을 저버린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방송법이 공익채널 의무전송을 규정한 취지는 ‘방송으로 돈 버는 사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부과한 것이다. 즉 오락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루는 유료방송시장에서 비록 상업성은 떨어지지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 사회적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방송 등을 시청자들에게 함께 제공하라는 의미다.
방통위는 이같은 방송법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게 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방통위가 공익채널 의무전송 정책을 개선하려 했다면 공익채널들이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좀 더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부터 모색하는 것이 순서다. 백 번 양보해 의무전송 공익채널의 수를 줄여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있다면 ‘공익채널을 줄였을 때 얻을 것과 잃을 것이 무엇인지’, ‘공익채널을 줄이는 것이 정말 방송의 산업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번갯불에 콩 볶듯 의무전송 공익채널 축소를 밀어붙이면서 브리핑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SO・위성방송 사업자)에게 과다한 송출 의무를 줄이는 차원에서 추진된 것”, “의무전송수가 많아 경쟁력 있는 PP들의 송출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개선책”이라고 밝혔다. 최근 방통위 관계자들은 “의무재전송을 줄이는 것은 규제개혁 과제다”, “공익채널의 시청률도 높지 않아 줄여도 되지 않겠느냐”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방통위 스스로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둘째, 방통위의 이번 조치는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에 뛰어들려는 재벌과 족벌신문들에게 사실상의 ‘특혜’를 원활하게 제공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방통위는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종편채널은 ‘의무전송’ 대상이다. 종편채널이 생겼을 때 SO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를 의무전송 해야 한다. 즉 플랫폼 사업자들로서는 ‘돈 받지 않고 전송하는 채널’이 늘어난다는 뜻으로, 불만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결국 방통위가 의무전송 공익채널을 서둘러 축소한 데에는 재벌과 족벌신문 등의 종편채널 진출을 앞두고, 플랫폼 사업자들이 종편채널을 원활하게 배정할 수 있도록 가용 채널의 여유를 주는 것이다.
사실 방송법이 종편채널을 의무전송 채널로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삭제되어야 한다. 지상파 방송인 MBC와 SBS도 의무전송 채널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종편채널을 의무전송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렇다 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밀어붙이고, 나아가 재벌과 족벌신문 등이 차지할 종편채널의 진입을 원활하게 하려고 의무전송 공익채널 수까지 줄여주었다.
이명박 정부 아래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파괴되고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 이 정권은 돈만 벌 수 있다면 환경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해도 상관없다는 천박한 가치관을 강요한다.
만약 방통위가 제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면 이럴 때일수록 방송의 영역에서만은 공익성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시중 씨와 방통위는 재벌과 족벌신문들의 종편채널 진출을 기정사실로 놓고, 이들이 장차 누려야 할 ‘특혜’를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 이런 방통위는 없는 게 낫다.
방통위원들에게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재벌과 족벌신문들에게 종편채널을 주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의무전송 공익채널 축소방침도 철회해야 할 것이다. <끝>
2009년 9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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