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시국선언 기자회견, 2017년 2월 24일 전주지방법원 앞
[기자회견문]
국민의 명령이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하고 특검수사기간을 연장하라.
노골적으로 헌재의 탄핵인용 결정을 지연시키려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재판 방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헌재의 결정을 부인하기 위해 재판관을 비난하고 갖은 이유를 들어 심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심지어는 내란선동과 협박의 내용이 담긴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막말 수준의 발언과 작태는 법정 모독을 넘어서서 헌법을 부인하고 주권자인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파악과 범죄자 처벌을 위한 특검의 수사마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공범자들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조사에 불응하거나 진술에 임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등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해왔다. 지난 22일 새벽에는 국정농단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책임자 가운데 한 사람인 우병우 전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 권한대행은 특검이 제출한 수사기간 연장 신청에 대해 ‘검토’를 운운하면서 사실상 특검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특검연장은 황교안 권한대행의 승인사항이 아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탄핵소추를 당하여 직무정지 상태인 대통령의 권한을 잠시 대행하는 이름 그대로의 권한대행에 불과하다. 특검의 수사가 아직 제대로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탄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황교안 권한대행 스스로가 박근혜 국정농단의 공범임을 자인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든 시민들의 명령은 단호하고 명확하다. “박근혜를 탄핵하라. 박근혜와 그 공범자들을 처벌하라. 그리고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라.” 말도 안 되는 억지와 거짓으로도 마치 산과 같고 바다와 같은 주권자의 이 준엄한 명령은 한 치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도 촛불의 물결은 단 한 번의 머뭇거림 없이, 일관되고 확고한 태도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최소한의 개혁과제만이라도 실현해야하는 정치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거연령 만18세 확대,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등 당장 필요한 선거법 개혁도 시기를 놓치고 있다. 적어도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전담할 공수처 설치부터라도 바로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뜨겁게 타오른 촛불의 힘으로 빈 깡통과 다름없던 무력한 의회가 제 몫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는데, 정치권은 다가올 대선에 신경을 쓰느라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의회의 담장을 넘어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내고 공권력의 빗장을 풀어 범죄자들을 구속·수사하도록 만들었던 것은 오직 시민의 힘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무너뜨리고 보수언론까지 가세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사설을 내보내게 만든 것은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광장을 밝힌 촛불의 힘이었다. 국회는 시민의 힘만을 믿고 시민의 요구인 특검 연장을 이뤄내야 한다.
촛불을 든 시민들이 처음 외치던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은 특권과 반칙이 일상화된 불공정한 나라, 폭력과 차별이 만연한 불평등한 나라, 그리고 건강한 삶과 안녕한 일상을 상시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불안정한 나라는 나라라고 부를 수도 없다는 외침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워나가겠다는 엄중한 선언이었다. 오늘 우리가 요구하는 탄핵인용 결정과 특검연장은 민주주의의 책임과 권리를 가진 주권자로서의 명령이자 살아있는 헌법정신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내일(25일) 다시 한 번 촛불의 바다를 이루어 시민의 힘을 확인할 것이다.
2017년 2월 24일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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