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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재난 희생자 명단 공개한 언론들, 검증 부족한 성급한 보도였다는 비판 피하기 어려워(뉴스 피클 2025.03.20.)

by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2025. 3. 20.

오늘의 전북민언련 뉴스 콕!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직후 일부 언론에서는 당시 여객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승객 명단을 공개했는데요.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부 참사 희생자의 실명을 공개한 남도일보는 최근 광주전남기자협회의 경고 징계를 받았는데요, 도내에서는 전북도민일보가 홈페이지에 탑승객 명단을 공개했다가 삭제한 일이 있었습니다.

 

#전북도민일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탑승객 명단 공개했다가 삭제, 재난보도준칙 위반

12월 29일 전북도민일보는 자사 홈페이지에 ‘[무안 제주항공 참사] 확인된 탑승객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탑승객의 생년월일과 성별, 이름 한 글자를 가린 채로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사에 “아는 분 희생자이신데 이름과 생년이 다르다.”, “제가 아는 분도 희생자이신데 생년이 다르게 나왔다.”라는 댓글이 달렸는데요.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삭제돼 해당 기사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2024년 12월 29일 전북도민일보 홈페이지 기사 편집, 공개된 명단은 보이지 않도록 편집하였음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제2장 제11조는 “피해 규모나 피해자 명단, 사고 원인과 수사 상황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한 보도는 책임 있는 재난관리당국이나 관련기관의 공식 발표에 따르되 공식발표의 진위와 정확성에 대해서도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 공식 발표가 늦어지거나 발표 내용이 의심스러울 때는 자체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되 정확성과 객관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자체 취재임을 밝혀야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요.

전북도민일보의 해당 기사에서는 명단을 어떻게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확보해 공개했는지 드러나 있지 않았고, 공개한 내용도 일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재난보도준칙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희생자 무단 명단 공개 논란됐었지만, 비슷한 언론 보도 또 반복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후 더불어민주당은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희생자의 사진과 이름 등을 공개해 추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11월 14일 시민언론 민들레, 시민언론 더탐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은 당시까지 집계된 희생자들의 명단을 유가족 동의 없이 공개해 여러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통해 “언론이 유족 동의를 거치지 않고 희생자 명단을 공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그 명분이 무엇이든 사회적 애도는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언론이 피해자를 호명해 일방적으로 공개한다고 진정한 추모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2년 후 발생한 대형 참사에서 비슷한 일이 일부 언론에서 또 벌어진 것인데요, 2024년 12월 29일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는 조선일보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승객 명단을 공개했다가 삭제했다며, “조선일보는 10·29 참사 당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매체 ‘민들레’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인 바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024년 12월 29일 남도일보는 일부 희생자의 실명을 제목과 본문에 공개하고, 희생자의 사연도 일부 잘못된 부분을 포함해 보도했는데요. 이후 이름이 가려지고 잘못된 부분도 수정됐지만, 광주전남기자협회에 재난보도준칙을 위반했다며 징계 요구서가 접수됐고 결국 3월 17일 광주전남기자협회가 남도일보에 경고 징계를 했습니다.

2024년 12월 31일 미디어오늘은 “대형 참사 사건에서 희생자 이름 등 명단이 공개된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희생자 정보 공개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불특정 다수가 희생된 사건의 경우 명단 공개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때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언론이 아닌 정부 당국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라고 지적하며, “해외에선 항공사고와 관련해 유가족 동의를 받지 않거나, 유가족에게 사실관계를 알리기 전 탑승객 명단을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기도 한다.”라고 사례를 정리해 보도했습니다.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들이 속보 경쟁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유가족을 자극하거나 상처를 주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비슷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전북기자협회는 소속사인 전북도민일보에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주목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논평]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부적절하다(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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